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스포츠동아DB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44)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어지간한 일에는 의연함을 유지한다. 이런 김 감독에게 22일 밤은 외롭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우리카드의 봄배구가 걸린 대한항공과 중요한 일전에서 세트스코어 0-3(19-25 17-25 15-25) 일방적 패배를 당한 것이다.
그 여파가 가시지 않았을 23일 아침, 통화가 닿은 김 감독은 “권투경기에 비유하자면 1대도 못 때리고 맞다가 끝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22일 김 감독은 1세트 직후부터 이례적으로 선수들 전원을 모았다. “질 때 지더라도 너희들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싫다”라고 다그쳐봤지만 침체된 분위기는 끝내 올라가지 못했다.
허무한 만큼 악몽이었을 패배 직후, 으레 진행되는 인터뷰실에 김 감독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팀 미팅은 30분 이상 하염없이 길어졌다. 승장 박기원 감독이 먼저 인터뷰를 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빚어졌다. 결국 김 감독의 힘겨운 마음을 헤아린 취재진이 ‘오늘은 그냥 보내드리자’고 양해를 했다. 김 감독은 “어제(22일) 계양체육관에 오신 미디어에 죄송하다”라고 미안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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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그날 밤, 정해진 인터뷰까지 양해를 구해가며, 우리카드 선수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짐작했듯 질책도 있었고, 다짐도 있었다. 뜻밖에도 ‘내려놓음’과 고마움도 담겼다. “작년 이맘때라면 벌써 다 포기한 상황이었다. 이에 비하면 지금 우리카드 선수들은 너무 잘해줬다. 비시즌 힘든 훈련도 잘 따라와 줬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지니고, 쉽지 않겠지만 나머지 4경기도 열심히 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김 감독은 ‘진심’을 고백했다.
22일까지 우리카드는 승점 51(16승16패)로 4위다. 전 시즌 7승29패를 했던 팀을 승률 5할로 올려놓은 과정 속에서 체력적으로 한계에 온 선수도 있고, 경기에 뛰기 어려운 몸 상태의 선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무너진’ 상태다.
주변에서는 ‘꼴찌 팀이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해주지만 ‘창단 첫 봄 배구’라는 고지가 바로 눈앞인지라 여기서 주저앉자니 너무 억울하다. 3월2일 삼성화재, 4일 현대캐피탈과 붙는 첩첩산중 속에서 김 감독과 우리카드 선수들은 ‘오늘만 산다’는 결사적 각오로 돌파를 결행한다. 2016~2017시즌 우리카드는 ‘기적의 팀’이었다. 그 기적의 끝을 우리카드는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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