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갈비뼈 금 가고, 머리도 깎아” 오정세의 연기 투혼

입력 2017-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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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는 자칭, 타칭 ‘재발견되는 배우’로 유명하다. 연기를 시작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재발견’이 되고 있다는 것이 어떤 배우에게 있어서는 굴욕적인 평가일지 모르나 오정세에게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것 같다. 늘 변화하는 배우, 우리를 언제나 놀라게 하는 배우로 말이다.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정세는 극의 ‘히든카드’이자 강렬한 악역을 펼쳤다. 열연을 펼쳤지만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 인터뷰 일정도 뒤로 미뤘다. 한참 MBC 드라마 '미씽나인'을 촬영 중인 오정세는 “일 없는 것보다는 일이 많아 피곤한 것이 낫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작된 도시'에서 오정세는 살인자로 누명을 쓴 권유(지창욱 분)을 도와주는 국선 변호사 민천상 역을 분했다. 권유 어머니(김호정 분)의 부탁에 권유의 무죄를 입증한다. 어눌한 말투와 소극적인 자세로 재판장에서 제대로 된 변론 하나 하지 못하지만 이 어수룩한 변호사가 그 뒤에는 이면의 모습을 숨기고 있어 관객들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오정세가 연출을 맡은 박광현 감독에게 처음 제안받은 것은 다른 역할이었지만 “오디션 보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그의 열의와 여러 상황 덕분에 민천상 역을따냈다. 이후 그는 캐릭터에 대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냈고 박 감독과 이야기를 통해 역할을 완성시켰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오정세의 모습은 마치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고 있는 재단사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찾아내고 발견된 사람들의 모습을 머리 속에 넣어놓고는 자신이 만나는 캐릭터에 맞춰 표현했다. 그렇게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심지어 눈동자를 깜빡거림까지 다 계산을 하고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민천상은 ‘결핍’이 있는 친구예요. 외형적인 것과 정신적인 결핍 모두 있죠. 이 사람의 과거를 찾아내는 것과 생김새 등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어요. 제가 허벅지에 오타반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얼굴에 오타반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눈 부위에 오타반점을 그렸고 병적으로 탈모를 겪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딱 보기에도 결핍이 느껴지는 그런 인물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티가 나는 듯, 마는 듯하게 이마 부위에 머리를 조금 깎았어요. 또 10일 정도 물만 먹고 8kg을 체중도 감량했고요. 무식하게 뺐죠.”

오정세는 ‘민천상’이 일반 영화에서 보이는 일반 악역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무작정 난폭하고 잔인한 캐릭터가 아니길 바랐다. 그는 “처음에는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로 캐릭터를 잡았는데 감독님과 상의하며 조금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민천상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달라요. 화를 낼 때도 펄쩍 뛰면서 화를 내지 않죠. 덜 뾰족하다는 느낌이에요. 또 되게 지는 걸 싫어하는 유아와 같은 성격도 있죠. 기존 악역과는 좀 다르게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지창욱과 액션 연기를 펼치다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지창욱은 인터뷰 때 이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오정세는 “액션 98%는 지창욱이 했는데 다치긴 내가 다쳐서 민망할 뿐”이라며 별 일이 아니었다는 듯이 말했다.


“맞으면서 잘못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에 아픈 중에 촬영을 하면 제작진에게 더 민폐를 끼칠 것 같아 병원 가서 검사를 했는데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다쳤지만 연기는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권유에게 죽도록 맞는 장면이었는데 진짜 맞아서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웃음) ‘갈비뼈 부러진 거 아냐?’라는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고요. 제겐 의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하늬와의 호흡을 묻기도 했다. 민천상의 비서로 나오는 이하늬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정세는 그의 연기력을 칭찬하며 “이하늬가 했기에 그 비서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라며 “작은 역할이었지만 정말 잘 살리더라. 그래서 마지막에 이하늬가 통화를 하는 뒷모습이 추가되기도 했다. 덕분에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조금 더 살아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작된 도시’가 ‘팝콘무비’용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깊숙한 곳에 큰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승용차를 해킹해서 저절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 등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그런 기술이 있기도 하고. 또 현재 시국과 맞닿아 있다. 단지 오락무비로 두 단계 높여서 표현한 것일 뿐 허망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라고 덧붙이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를 말하기도 했다.

로맨스와 코믹, 범죄, 드라마까지 다채로운 장르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천의 얼굴을 보이는 배우 오정세를 어떤 색깔로 규정하긴 힘들다. 그 역시 “나는 무채색의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전부터는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못 박아두는 걸 싫어하는 편이었어요. 뭐든지 영(0)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은 욕심이 싶었죠. 그래서 뭐든 할 수 있는 ‘무채색’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단편영화를 할 때는 늘 무기력하고 의기소침한 역할을 했었어요. 그래서 ‘다른 것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네가?’라며 잘 믿지 않더라고요. 이후에 웃긴 역할을 하면 계속 웃긴 역할만 들어오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여러 가지를 도전해보려고요. 저에 대해 고정관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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