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효진 “父도 ‘기러기 아빠’…촬영하며 외로움 이해했다”

입력 2017-03-0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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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공효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싱글라이더’ VIP시사회 이후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과 함께 “기러기였던 우리 아빠, 수진처럼 말 안 듣던 나와 동생만 보며 외로웠을 우리 엄마, 민망하게도 그때의 기억이 별로 없는 나와 동생. 두 분 얼마나 쓸쓸했을지 이 영화를 보고나니 이제야 이십일 년이 지나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네. 왕 감사했습니다. 부모님”이라는 글을 올렸다.

영화 ‘싱글라이더’를 찍으며 공효진은 잠시나마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고 했다. 어떤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중학생 시절에 그는 ‘싱글라이더’의 배경지인 호주 본다이 비치에서 유학생활을 했었다. 바로 그 장소에서 자신이 아들의 공부를 위해 호주에 온 여성 ‘수진’역을 맡게 된 것이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그는 홀로 한국에서 생활을 했을 아버지의 외로움과 자녀들과 함께 지내지만 혼자였던 어머니의 외로움을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이 있으니까 원할 때 연락도 할 수 있었지만 예전에는 그런 게 없어서 연락도 잘 못했어요. 국제전화비도 되게 비쌌으니까요. 아버지가 저희들 보러 한 번 오셔도 다시 일하시러 한국에 가셔야 되니까 3~4일 정도만 계셔서 많이 만날 수도 없었죠. 그런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철이 없었는지 아버지 사업이 잘 안돼서 한국에 와야 했을 때 ‘가기 싫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었어요. 이제는 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알 것 같아요.”


○ “하정우의 제안으로 합류, 덥썩 여주인공 하라고 하더라”

‘싱글라이더’는 하정우의 회사인 ‘퍼펙트스톰 필름’과 이병헌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공효진은 하정우의 제안으로 이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질투의 화신’ 들어가기 1달 전에 하정우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효진아. 오빠가 ‘577프로젝트2’를 만드는데 네가 여주인공 해주라’고 하더라”며 “이게 또 (하)정우 오빠 회사의 창립작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시더라. 그렇게 기회가 주어져 하게 됐다. 이후에 하정우 오빠를 만난 건 VIP시사회 뒤풀이였다. 그마저도 얼른 도망갔더라”고 말했다.

공효진은 맡은 수진은 남편 재훈(이병헌)의 권유로 호주 시드니에서 아들 진우의 조기 유학생활을 뒷바라지하는 있는 인물이다. 타지 생활로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졌지만 이웃집 크리스에게 도움을 받으며 가까워졌고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자 결혼 이후 잊어버렸던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하며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는 캐릭터를 그려나갔다. 그는 “수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고생은 안 했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냥 좋은 학교 나오고,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선으로 재훈을 만나 안정된 결혼생활을 했을 것 같다”라며 “그러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호주로 가라’는 말에 내키진 않았지만 그의 말을 따랐고 크리스랑 친하게 된 거다. 아마 수진의 성격상 남편에게 크리스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단지 재훈이 듣는 둥 마는 둥 했겠지”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수진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재훈을 최대한 쓸쓸하게 보이게 할 것, 그리고 수진이 돋보이게 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보통 대부분 수진이가 바이올린을 다시 잡으면서 자아를 찾고 자신의 꿈을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상상하실 것 같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굳이 필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재훈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나야 하는 영화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꼭 모든 영화가 주인공들의 꿈을 이뤄줘야 하는지 생각도 들었고요.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수진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또 공효진은 이 작품으로 입봉을 한 이주영 감독에 대해 “광고를 촬영하셨던 분인지 특유의 감각이 있으셨다. 그 ‘순간’을 짚어내시고 설명적이지 않아서 좋았다”라며 “또 비즈니스맨(이병헌)과 애완견 포메리안의 조합을 보며 감각적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촬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이병헌 선배와 짧은 호흡 아쉬워…다음엔 제대로 붙었으면”

공효진은 이번 ‘싱글라이더’를 통해 이병헌과 부부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마주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이병헌은 주로 공효진 주위를 맴돌기 때문이다. “제대로 서로 연기를 한 적이 없다”라며 공효진은 무척 아쉬워했다. 그는 “같이 대사하는 게 별로 없었다. 고작 해봐야 ‘여기 자물쇠 좀 달아줘’, 이거? 이번엔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다음엔 제대로 붙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병헌 선배가 예전부터 인터뷰에서 제 칭찬을 계속 해주시더라고요. 이 작품 전까지 선배하고 연기를 같이 해본 적이 없었는데 칭찬을 해주시니 황송했어요. 그래서 선배 앞에서 더 잘하고 싶고 그런 거 있죠? 옆에서 제가 정말 열심히 해서 연기하실 때 힘들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죠. 다음엔 형사물이나 스릴러물을 같이 해보고 싶어요. 제가 민첩한 연기는 해본 적이 없어서…. 연기 배틀이요? 에이. 연기를 ‘한 수’ 배우고 싶어요.”

연기의 ‘한 수’라니 이미 연기로는 깔 수가 없는 그에게서 그런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공효진은 “나는 운이 좋은 배우”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단지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유행 흐름을 잘 탔던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떤 분들은 절 보고 ‘예언자’라고 하시는 분도 있던데요?(웃음) 한국은 ‘유행’이 센 편이잖아요. ‘찜닭’이 유행하면 여기저기서 찜닭 가게가 생겨나고 ‘치맥’이 유행하면 치킨집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요. 제가 유행하는 작품의 성향을 미리 읽어내서 앞장서가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단지 적시적소에 제가 그 작품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 같아요. 진짜 운이 좋은 거죠. 이건 제 실력도 아니고 재능도 아닌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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