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복한 강하늘, 괜히 ‘미담 자판기’가 아니다

입력 2017-03-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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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은 한결 같다. 배우병에 걸린 연기자와 얄팍한 기 싸움이 넘실대는 연예계에서도 그는 언제나 성실하고 겸손하다. 1년 만에 ‘재심’으로 다시 만난 그는 여전했다. 특유의 껄껄대는 웃음도 물개박수도 그대로였다. 늦은 오후에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지친 기색도 없었다. 친한 형 정우가 ‘꽃보다 청춘’ 여행에서 장난으로 “하늘아. 나에게 제발 욕 한 번만 해줘”라고 사정할 만 했다. 괜히 강하늘이 ‘미담 자판기’로 불리는 게 아니다.


Q. 계속 ‘미담 자판기’로 통하고 있어요.

A. 제 모토가 ‘다같이 웃으면서 즐기자’ ‘얼굴 찌푸리지 말자’인데 마음이 잘 전달됐나 봐요. 좋게 받아들여주시니 저야 감사하죠.


Q. 혹자는 ‘이미지 관리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해요.

A. 일부러 그런 이미지로 살려고 노력하면 힘들겠죠. 편하게 살고 있는데 저를 그렇게 바라봐주셔서 어리둥절하긴 해요.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착한 사람으로 봐주시더라고요. 원래 ‘주변 사람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지 말자’는 마인드예요. 예의를 중요시하죠.

우주론적으로 에너지는 돌고 돈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에너지도 마찬가지죠.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를 믿어요. 종교는 없는데 성경 중에 ‘누가 너의 왼쪽 뺨을 때리면 오른쪽 뺨까지 내밀어라’는 구절도 있잖아요.


Q. 이상적인데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A. 누군가는 바보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먼저 하니까 상대도 좋은 것을 주시더라고요. 저는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무엇이든 부정적이게 생각하면 부정적인 것이 되는 거고 당한다고 생각하면 당하는 거예요. 제가 부여하는 의미 말고는 어떠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Q. ‘재심’ 이야기를 해볼게요. 또 ‘사연 있는’ 캐릭터네요.

A. 제가 좀 억울하게 생겼나 봐요. 농담이고요. ‘캐릭터를 통해 변신해야지’ ‘이런 연기를 보여줘야지’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어요. 특별히 사연 있는 캐릭터에 끌리는 편도 아니고요. ‘재심’은 시나리오도 재밌었고 현우 캐릭터가 좋아서 하게 됐어요.


Q. 유독 맞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A. 연기할 때 맞는 게 훨씬 더 마음 편해요. 맞으면 아프기만 하는데 때리면 마음고생을 더 하거든요. 맞는 척이 아니라 실제로 맞았어요. 안 맞고도 맞은 듯이 연기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때릴 때의 감촉과 온기가 손에 남아야 저도 때리는 분도 연기적으로 도움 받아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실제로 맞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Q.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에요. 실화가 출연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A. 개인적으로 그 사건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에서부터 ‘재심’을 긍정적으로 봤어요. 어떤 문제의식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에요. 1차원적으로 선택하고 싶지는 않아서 사건에 대해 많이 찾아봤죠. 실화를 안다는 건 시나리오를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연기할 때도 실화를 가져오지 않고 시나리오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Q. 원래 사회적인 사건에 관심이 많나요.

A. 억울함이나 안타까움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기보다 ‘이 억울함 뒤에 뭐가 있을까?’에 관심이 많이 가요.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까. 감정보다는 이면의 사건에 대한 궁금증이죠.


Q. 현우의 실존인물을 만나본 적 있나요.

A. ‘재심’ 촬영장에 오셔서 만났는데 순박한 아버지의 모습이었어요. 풍채가 좋으시더라고요. 시나리오나 사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분이 지낸 10년의 세월을 저는 단 하루도 살아보지 못했는데 제가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건방져 보였거든요. 주제 넘는 것 같았고요. 최대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어요.


Q.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했나요.

A. 순박하고 착한 아이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으로 보이고 싶진 않았어요. 그러면 뻔하잖아요. 그저 안타까움에서 끝나죠.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 법한 인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불량스럽고 겉멋이 든 것처럼 보이려고 헤어 브리지와 문신도 넣었죠. 날카롭게 보였으면 해서 살도 뺐어요. 마른 상태에서 오는 날 선 느낌이 있으니까요. 다이어트 장인까지는 아니지만 필요한 정도까지 뺄 수는 있어요(웃음).


Q. 정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영화 ‘쎄시봉’과 예능 ‘꽃보다 청춘’에 이어 세 번째예요.

A. 워낙 친하다 보니 의견 교환도 자연스러웠어요. 아무래도 처음 보는 배우면 조심스럽잖아요. 정우 형과는 편하게 찍었어요. 형에게 고마워요. 형은 광천수 같은 배우예요. 마르지 않는 샘 같죠(웃음).


Q. ‘동주’에서 친구였던 민진웅도 출연했더라고요.

A. 첫 장면에서 만나잖아요. 반가웠어요. 친하다 보니까 디테일한 것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죠. 넘어져서 팔을 아파하는 장면은 (민)진웅이 형이 제안하기도 했어요. 극 중 형의 친구로 나온 최정헌이라는 배우도 ‘동주’에 출연했던 배우예요.



Q. ‘동주’ 배우들이 많이 나왔네요. 올해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으로 ‘동주’가 재개봉하기도 했어요. 주연 배우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A. 이준익 감독님이 예전에 ‘시간이 지난 후에도 회자될 영화’라고 하셨는데 ‘감독님 말씀이 이거였구나’ 싶었어요. 다시 찾아주시니 저로서는 정말 영광이죠.

사실 돌이켜보면 ‘동주’가 끝난 후에 힘들었어요.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는 게 큰 부담이었거든요. 매일 술을 마신 후 잠들고 제대로 된 생활이 안 되더라고요. 한 선배가 ‘배우의 숙명은 불확실성, 고민과 싸우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나는 그런 그릇이 안 되나’ 싶었어요. 고민과 싸워오다가 ‘동주’ 때 터진 거죠.


Q. 어떻게 극복했나요.

A. 명상을 해봤어요.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떴는데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반년 전쯤 시작했는데 매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에타이를 오래 하다 최근에는 검도로 바꿨어요. 게임도 좋아해요. 재밌는 일이 많아요.


Q. 그렇다면, 지금의 강하늘은 행복한가요.

A. 네. 요즘 정말 행복하거든요.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Q. 행복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요.

A.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으니까요. 여전히 스트레스를 느끼고 고민도 많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해가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냥 힘들어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죠. 그래서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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