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범준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진행된 영화 ‘다시, 벚꽃’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4월 6일 개봉을 앞둔 ‘다시, 벚꽃’은 엠넷 ‘슈퍼스타K3’ 준우승 이후 버스커 버스커로 시작해 솔로로 활동 중인 뮤지션 장범준의 음악인, 아들, 형, 기획자, 젊은 아빠 등 다양한 모습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
99분의 러닝타임에는 뮤지션 장범준의 음반 제작 과정과 대표곡 비하인드가 음악과 함께 채워졌다. 여기에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딸 조아 양을 돌보는 육아일기 등 장범준의 가족과 그들의 솔직담백한 일상까지 담아냈다. 다음은 장범준과 ‘다시, 벚꽃’을 연출한 유해진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Q. 뮤직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장범준을 선택한 이유는.
A. 유해진 감독 : 아티스트에게 20대는 황금기이지 않나. 존 레논의 ‘렛 잇 비’도 20대에 탄생했고 퀸과 너바나 등 뮤지션들의 대표곡도 대부분 20대에 나왔다. 20대는 뮤지션에게 들꽃 같은 열정과 에너지가 폭발하는 시기다.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대 아티스트 장범준을 선택하게 됐다.
장범준에게서 매력을 느꼈다. 무료 거리 공연을 좋아하고 인디 뮤지션들을 돕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좋은 의미에서 독특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장범준은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친구지 않나. 노출을 싫어하기도 하고. 여러번 찾아가서 설득 끝에 섭외할 수 있었다. 그의 음악에 포커스를 맞추고 음악적 성장을 담으면서 ‘인간 장범준’의 성장도 담아보고 싶었다.
Q. ‘인간 장범준’의 사생활이 많이 담겼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A. 장범준 : 소심한 A형이고 긴장도 많이 하는데다 셀카도 안 찍을 정도로 사진 찍는 것이 불편하다. 음악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어떤 것도 선택을 안 한다. 인기 등을 유지하겠다고 억지로 미디어에 노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받는 사랑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다큐는 음악 작업 과정을 남기고 싶어서 감독님과 만나 시작하게 됐다. 사실 나도 이렇게까지 내 일상이 들어갈 줄은 몰랐다. 평소 일할 때 ‘이렇게 된 것 그냥 뭐 하지 뭐’ 스타일이라서 그냥 공개하게 됐다(웃음).
Q. 다큐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음악을 할 것”이라고 각오 말했는데. 그 사명감이란.
A. 장범준 : 우선 나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다.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운이 좋아서 이렇게 잘 된 것일 뿐이다. 과거 내가 동경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싶더라. 스스로 부족하게 느껴진다.
노래를 만드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내 친구, 학교 동기들도 취미로 노래를 쓰고 좋은 곡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음악을 할 수도 있는 위치가 됐다. 그 와중에 내가 너무 부족하면 좀 그렇지 않나. 지금도 ‘공연할 때만 일을 해야 하나, 출근하는 것처럼 매일 음악해야 하나’ 등의 고민이 많다.
Q. 다큐멘터리에서 버스커버스커의 불화 루머 등 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행보는 정해졌나.
A. 장범준 : 우리는 해체한 게 아니다. 무언가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다. 버스커버스커는 나에게는 기회였고 무엇보다 큰 존재였다. 그래서 함부로 대할 수 없더라. 멤버들끼리는 지금도 술도 마시면서 놀기도 한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풀어가기에는 각자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솔로로 활동하는 것이다.
Q. ‘벚꽃 엔딩’이 매년 봄마다 크게 사랑받고 있다. 때문에 ‘벚꽃 좀비’ ‘벚꽃 연금’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장범준 : (매년 차트 재진입)은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감사한 마음 밖에 없다. ‘벚꽃 좀비’ ‘벚꽃 연금’이 욕이 아닌 칭찬처럼 들린다. 나는 좋다.
순위를 볼 때마다 나도 깜짝 놀란다. 최근에 디지털 싱글을 낸 적 있는데 순위가 잘 안 나왔다. 그런데 ‘벚꽃 엔딩’은 차트에 다시 올라오더라. 이후에 순위가 떨어지는 건 사람이 늙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다.
Q. 어떻게 지내나. 근황이 궁금하다.
A. 장범준 : 그냥 놀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일을 안 하는 만큼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나를 몰아붙이면서 살았다. 지난해 연말에 공연이 끝난 후에는 세 달동안 놀았다.
Q. ‘다시, 벚꽃’은 20대 마지막 앨범의 제작 과정을 담았다.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올까.
A. 장범준 : 올해 내가 29살이기 때문에 작업 기간이 짧아서 20대에는 앨범을 낼 수는 없을 것 같다. 30대 앨범이 언제 나올지 나도 잘 모르겠다. 버스커버스커 앨범이든 내 앨범이든 수공업으로 만들고 싶다. 30대에는 좀 더 옛날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스타일의 곡이 나올지 모르겠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