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패만 2번’ 김지영, 짜릿한 첫 승 신고식

입력 2017-05-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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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왼쪽 끝)이 14일 수원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 KLPGA NH투자증권 챔피언십 정상

“마지막 홀서 보기…지난해 악몽 떠올라”
1타차 우승 감격…준우승 징크스 떨쳐


뼈아팠던 2번의 준우승이 2년차 김지영(20)에게는 큰 경험이었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정상에 오르며 마침내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김지영은 14일 경기도 용인 수원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김지현(26), 김자영(26), 이지현(21·이상 10언더파 206타)을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김지영은 골프팬들에게 불운한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 데뷔 첫 승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박성현(24)이라는 강적을 만나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연장전에서 먼저 경기를 마친 뒤 박성현의 볼마크를 집어 들어 기권하는 제스처를 취했다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규칙상 연장전이라고 하더라도 끝까지 홀아웃을 해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지난해 9월 다시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KLPGA챔피언십에서 배선우(23)와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쳤다. 승부는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승은 김지영을 스쳐갔다. 배선우에게 우승컵을 내주며 다시 한 번 준우승에 만족했다.

어린 나이지만 김지영에게는 이 같은 시련이 많았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제대로 연습하지 못했다. 고교 3학년 때는 더 혹독한 시련이 닥쳤다. 아마추어 메이저대회인 송암배골프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경사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생각지도 못한 입스(Yips·정신적 불안증세)가 찾아오면서 부진에 빠졌다. 기대했던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김지영. 사진제공|KLPGA


시련은 프로 전향을 앞두고도 이어졌다. 2015년 준회원(세미프로) 선발전에서 떨어져 아마 신분으로 3부(점프)투어를 뛰어야 했다. 국가대표 출신이 준회원 선발전에서 탈락했다는 주변의 소리에 더 크게 낙심했다. 정회원 선발전에서도 재수를 한 김지영은 또래에 비해 정규투어 데뷔가 늦어졌다.

그러나 시련은 김지영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프로무대에서 경험한 2번의 우승 실패도 보약이 됐다. 우승은 없었지만, 2016년 상금랭킹 15위(3억1704만6071원)에 올라 안정적인 투어활동 속에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날 18번홀 경기를 끝내고도 우승을 실감하지 못했던 김지영은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해 이번에도 연장전을 치러야 하는 줄 알았다”며 “살짝 작년의 악몽이 떠올랐는데, 그 순간 ‘우승이야’라는 말을 듣고 안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지영의 우승으로 KLPGA 투어에선 올 시즌 8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7번째 우승자가 탄생했다. 김해림이 유일하게 2승을 거뒀다. 김효주(22·현대차중국여자오픈), 이정은(20·롯데렌터카여자오픈), 박민지(삼천리투게더오픈), 김민선(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 김지현(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 그리고 김지영이 1승씩을 챙겼다.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획득한 김지영은 상금랭킹을 52위에서 7위(1억5976만3333원)로 껑충 끌어올렸다.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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