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위 작은섬 ‘소그래스TPC 17번홀’…PGA 숱한 스타들 삼켜버린 ‘악마의 입’

입력 2017-05-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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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펼쳐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 17번홀의 전경. 연못 한가운데 자리 잡은 그린은 라운드마다 홀의 위치까지 바뀌는 바람에 베테랑들도 공략에 애를 먹게 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까지 단숨에 조준할 수 있으나, 공은 종종 연못에 빠지곤 한다. 사진출처 | PGA투어닷컴

변화무쌍 바람…싱도 2개나 물에 빠뜨려단 1개도 실수 안한 김시우, 완벽한 승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사나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100야드 이내에선 1야드 단위로 끊어서 홀을 공략할 정도로 정교함을 갖췄다는 PGA 선수들의 기술은 화려함 그 자체다. 그러나 최고라는 그들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악명 높은 홀이 있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17번홀이다.

파3인 이 홀의 그린은 커다란 연못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작은 섬처럼 떠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림처럼 근사하다. 그러나 122∼146야드 떨어진 티잉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그린은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해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준다.

올해도 소그래스TPC 17번홀은 선수들을 괴롭혔다. 1라운드 19개, 2라운드 29개, 3라운드 10개에 이어 4라운드에선 11개의 공이 연못(워터해저드)으로 빠졌다. 이는 2008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된 기록을 살펴보면 무려 634개의 공을 워터해저드가 삼켰다. 2007년 93개로 가장 많았고, 2008년 64개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는 69개의 공이 물에 빠졌다. 지난해 36개보다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정교함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속수무책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코스를 길게 할수록 더 맥을 못 춘다. 올해 대회에선 1라운드 때 122야드로 조성됐다가, 2라운드에서 146야드로 늘어났다. 그러자 물에 빠진 공은 19개에서 29개로 증가했다. 3라운드에서 다시 137야드로 짧게 하자 10개로 줄었다.

핀의 위치도 영향을 준다. 그린의 좌우 가장자리보다 오히려 중앙에 있을 때 공략이 더 힘들다. 1라운드와 3라운드 때는 핀이 그린 오른쪽과 왼쪽에 위치했고, 2라운드에선 그린 앞쪽에서 22야드 떨어진 중앙에 위치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공을 삼켜버렸다.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그린 한가운데가 솥뚜껑처럼 솟아있어 오히려 더 정교한 샷을 요구한다.

그 중에서도 선수들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겉잡을 수 없는 바람이다. 그린을 주변으로 회전하듯 돌아다니는 변화무쌍한 바람은 최고의 선수들에게도 좌절감을 안겨준다.

올해도 숱한 스타들이 악마의 홀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2라운드에선 잭 블레어가 이 홀에서만 3개의 공을 워터해저드에 빠트렸다. 그는 무려 9타를 치고 나서야 겨우 홀을 떠날 수 있었다. 3라운드에선 베테랑 비제이 싱이 희생양이 됐다. 2라운드까지 공동 4위를 달려 우승까지 넘봤던 싱은 이날 17번홀에서 2개의 공을 물에 빠트리며 트리플보기를 적어냈다. 그 바람에 순위는 공동 32위까지 추락했고, 우승 기회는 물거품이 됐다.

악명이 높은 만큼 이 홀에서의 성적은 순위와 직결된다.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김시우는 4일 동안 단 1개의 공도 물에 빠트리지 않았다. 완벽한 17번홀 공략이 우승을 뒷받침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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