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아의 진심 “내가 도로공사를 선택한 진짜 이유는…”

입력 2017-05-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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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배구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로 손꼽혔던 박정아(24)는 도로공사 유니폼을 선택했다. 새 유니폼을 보며 “별이 하나도 없다”는 말로 팀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다짐했다. 사진제공 | 도로공사배구단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로 손꼽혔던 박정아(24)가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이 스포츠동아 단독보도(5월14일)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도로공사 구단은 다음날(15일) “박정아와 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원 소속구단 IBK기업은행과 우선협상 마감일인 10일 오후, 기업은행 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직후였다. 당시 박정아는 “내가 기업은행을 떠나게 될 줄 몰랐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배구선수로서 내 가치를 높이고 싶다.” 이 말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박정아는 레프트와 라이트, 센터 포지션까지 소화 가능한 187㎝의 장신 공격수다. 입단 첫해부터 대형 레프트 공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늘 리시브 불안이라는 숙제와 맞닥뜨려야 했다. 실제로 데뷔 첫해인 2011~2012시즌부터 단 한 차례도 세트당 1리시브를 넘긴 적이 없다. 레프트의 숙명과도 같은 리시브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라이트와 센터로 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기업은행의 선수구성상 박정아의 리시브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 최고의 선택지이기도 했다. 통합우승을 거머쥔 2012~2013시즌부터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왕좌를 3차례씩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으니 팀 입장에선 포메이션에 큰 변화를 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박정아로선 24세의 젊은 나이인 만큼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했다. 그의 선택은 본래의 포지션인 레프트로 완벽하게 정착하는 것이었다. 도로공사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동아는 16일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정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제 새로운 팀에서 훈련을 시작했다”며 “아직 운동을 전부 따라가진 않는다. 많이 쉬었으니 몸을 만들고 보강운동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도로공사 박정아. 사진제공|도로공사



● “내가 도로공사를 선택한 이유는…”

“기업은행에 남았다면 편하고 좋지 않았겠나. 성적도 잘 나왔고.” 박정아는 이 말부터 했다. 실제로 그는 기업은행의 시스템에 맞는 배구를 하면서 강팀의 주축선수로 인정받았다. 2016~2017시즌 직후 함께 FA 자격을 얻은 동료 김희진(25)이 잔류했고, 외국인선수 매디슨 리쉘도 팀에 남았다. 박정아까지 잔류했다면 전력누수가 크지 않아 2017~2018시즌에도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전력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아가 이적이라는 결단을 내린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내 발전이 더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희진이 언니와 함께하면 좋은데, 내가 기대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 뛰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적응하면서 배울 것도 많다.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레프트 포지션에선 이전과 견줘 리시브점유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박정아는 2011~2012시즌(11.9%) 이후 단 한 번도 리시브점유율 10%를 넘긴 적이 없다. 레프트 정착 시도를 모험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박정아는 이 같은 우려에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적이 확정된 직후 스스로 “리시브를 많이 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박정아에게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잘 만들도록 집중하라”는 말부터 했다. 박정아는 “리시브 많이 시켜준다고 하셨다”며 “많이 가르쳐주실 테니 그만큼 믿고 잘 배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로공사 박정아. 사진제공|도로공사



● “유니폼에 별이 하나도 없더라”

도로공사 구단관계자는 박정아의 영입을 발표하며 “강한 센터진과 더불어 다양한 공격전술을 펼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2016~2017시즌 외국인선수를 제외한 팀 내 공격점유율 1위 정대영(16.3%)과 2위 배유나(15.9%) 모두 센터였다는 점은 날개공격의 약점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2016~2017시즌 속공 부문에선 2위(45.95%)에 올랐지만, 오픈(29.12%)과 후위공격(30.58%) 성공률은 최하위(6위)에 그쳤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로 뽑은 이바나 네소비치(세르비아)와 박정아의 쌍포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거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박정아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2016~2017시즌에는 정대영, 배유나 언니에 대한 공격의존도가 높았다. 외국인선수(브라이언·힐러리)의 득점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활발한 날개공격을 기대하는 것 같다. 이바나가 한국에서 뛴 2011~2012시즌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 (이바나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진 않는데, 서브는 정말 좋았다. 이바나도 새로운 각오로 뛸 것이다. 함께 잘 지내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

도로공사에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일이다. “도로공사의 유니폼에 별이 하나도 없더라”는 말에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도로공사는 2014~2015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여자부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프로 출범 원년(2005시즌)부터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 왕좌에 앉지 못했다. 박정아는 “동료들과 함께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겠다. 새로운 목표가 생긴 셈이다. 다치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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