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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은 또 어떤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해 9월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돌입한 이후 팬들에게 실망만 안기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4승1무2패의 성적은 그런대로 괜찮은 듯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 신통치 않다. 현재 클래식 팀에 몸담고 있는 전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리그도, 대표팀도 위축돼 있다. 타성에 젖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다”고 진단했다.
신태용(47) 감독이 지휘하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유쾌한 도전에 나선다. 안방에서 펼쳐지는 U-20 월드컵에서 1983년 멕시코대회 이후 34년만의 4강 신화 재현을 노린다. 신 감독은 “1차 목표는 8강”이라고 말하지만, 선수들은 오히려 “우승할 수 있다”며 당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종 엔트리 확정 이후 치른 3차례 공식·비공식 평가전에서 2승1무를 거두는 등 분위기도 괜찮다. 무엇보다 답답한 형님들과 달리 공격적이고 창조적인 플레이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분위기에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하는 신 감독은 아들뻘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즐거운 팀 컬러를 만들어가고 있다. 엄한 아버지가 아닌 편안한 삼촌 같은 모습으로 선수들과 하나가 되고 있다.
U-20 대표팀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톡톡 튄다. 에이스 이승우(19·FC바르셀로나)는 검붉은 색으로 머리를 염색했고, 김민호(20·연세대)는 콧수염을 멋있게 길렀다. 문신을 한 선수도 있다. 과거 청소년대표팀에선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라커룸과 팀 버스 안에선 팽팽한 긴장감 대신 흥겨운 힙합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한다. U-20 대표팀 관계자는 “역대 어느 대표팀 때보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나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며 “성적은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축구, 즐거운 축구를 보여줄 것 같다”고 말했다.
U-20 대표팀은 20일 기니와 대회 개막전을 펼친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신바람 축구’를 외치며 그라운드를 누빌 어린 태극전사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신나라 코리아’라는 슬로건처럼, U-20 대표팀이 어깨가 축 늘어진 한국축구에 모처럼 흥겨운 소식을 전해주리라 믿는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