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피플] ‘옥자’ 봉준호가 논란에 대처하는 법

입력 2017-05-21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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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맣게 탔다.”

봉준호 감독의 말은 며칠 새 그렇게 바뀌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서울에서 열린 ‘옥자’ 첫 기자간담회에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초청받은 소감을 묻자 “불타는 프라이팬 위에 올라가는 생선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던 그는 21일 칸의 칼튼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이미 “새카맣게 탔다”며 특유의 유머로 긴장감을 나타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옥자’는 그 유통 방식을 두고 영화제 개막 이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개막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그 다른 면에서는 화제로 표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험난한 칸 경쟁부문 신고식’을 치르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봉준호 감독은 여유로써 성숙함을 잃지 않았다. 이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었고, 공개된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은 그 자신감에 수긍하고 있다.


● ‘넷플릭스’ 논란…존중으로 맞서다

‘옥자’는 이번 영화제 또 다른 경쟁부문 초청작인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와 함께 유통 방식과 관련한 뜨거운 논란 위에 놓였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투자해 해당 플랫폼을 위주로 일반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일반 극장 개봉 및 상영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향후 영화 유통과 관련해 세계 영화시장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논란의 무게는 무겁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이 돌아가면 거대한 모순”이라고 밝히면서 무게감은 더했다. 그는 “황금종려상 혹은 다른 영화상 수상작을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없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유일한 해법은 새 플랫폼이 기존 룰을 수용하고 준수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으로서 발언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오해다. 심사위원단은 모든 영화를 차별하지 않고 심사할 것이다. 영화제가 선정한 영화의 예술적인 면만을 평가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19일 ‘옥자’ 언론시사 직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을 떠올리며 “그가 어떤 형태로든 ‘옥자’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좋다”면서 “내가 어릴 때부터 존경해왔던 분이다”고 말했다. 21일 한국 기자간담회에서도 봉 감독은 “그분이 어떤 말씀을 해도 좋다. ‘옥자’를 본다는 것 자체가 흥분된다. 그분의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존경의 마음을 보탰다. 이어 “굳이 ‘옥자’와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를 두고 말한 게 아니라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최고의 관람행위라는 말씀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도 감독으로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또 ‘옥자’는 이번 영화제 언론시사에서 8분 만에 극장의 기술적 오류로 상영이 중단되는 소동을 겪어야 했다. 그 8분 동안 기자들의 야유가 이어져 자칫 이번 넷플릭스 논란과 관련한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스크린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오류 때문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봉 감독은 “영화제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면서 “(상영이 재개돼) 오프닝 시퀀스를 두 번 본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불가피한 그러나 당당한 선택

영화 ‘옥자’는 제작비 600억원의 대작. 한국의 영화 투자사들로서는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할 규모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은 처음부터 한국 투자사들과는 접촉하지 않았다. 또 15일 서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옥자’의 공개 방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넷플릭스와 손잡은 배경으로 “창작의 자유 보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또 다른 배경을 풀어 놓았다. “한국에서 제작하게 되면 50~60여 편의 다른 영화를 제작하지 못하게 된다. ‘설국열차’ 당시 다른 제작자로부터 ‘너 때문에 다 멈췄다’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처음부터 동료 선후배 감독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자”고 다짐하며 미국의 투자사에 제안했다는 그는 스토리와 규모의 사이에서 결국 포기하는 현지 분위기의 장벽에 부딪혔다.

그렇게 “잠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차에” 넷플릭스가 그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예산도 충분하고 시나리오도 만족해했다”는 것이다. “창작의 자유”도 ‘완전 보장’됐다.

“배급의 형태에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창작자에게는 최고의 기회이며 우리 같은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넓은 기회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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