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SBS ‘웃찾사’ 폐지? 길게 보면 결국 자충수

입력 2017-05-22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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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이하 ‘웃찾사’)가 시즌 종료를 선언한 가운데 개그맨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SBS 측은 최근 오는 3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웃찾사’를 마지막으로 방송하고 재정비를 통해 다음 시즌으로 찾아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웃찾사’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은 물론 정종철, 양상국, 김기리 등 타 방송사 출신 개그맨들까지 나서 이 같은 결정을 재고해주기를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코미디언 협회장인 엄용수는 22일 오전 10시 SBS 사옥을 찾아 ‘웃찾사’ 사태와 관련해 직접 논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개그맨들의 반응은 다음 시즌을 약속한 방송사의 입장에 비하면 얼핏 과민반응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방송가에서 “시즌제를 준비한다”는 명목 아래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는지를 생각하면 이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시즌제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이 단어가 생긴 이후 방송국에서는 ‘폐지’라는 부정적 단어 대신으로 시즌제를 사용한다”며 “특히 설 자리가 좁아진 개그맨들에게 시즌제라는 건 기약 없는 약속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지상파는 대놓고 혹은 아주 교묘하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버리고 있는 것일까. 이는 당연히 시청률과 광고 수입, 즉 ‘돈이 되느냐’와 연결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국의 고위 관계자는 “지상파는 케이블과 달리 법적으로 편성해야 할 프로그램들이 산적해 있다. 예를 들면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기본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상당한 제작비가 소요된다”며 “이런 가운데 황금 시간대나 심야 시간대에 시청률이 나지 않고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편성 블록을 가만히 놔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상파 3사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이 급부상 하면서 예전만큼의 광고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처럼 피 튀기는 경쟁으로 발생하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일일 저녁 드라마를 없애는 등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지상파의 선택에도 반대 의견은 있다.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상파가 최근 몇 년 동안 취한 조치들이 오히려 그들의 영향력과 권위를 꺾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활동을 해 온 한 연기자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은 존재한다. 공채 탤런트, 개그맨 제도가 그렇다. 예산 때문에 지상파가 공채 제도를 포기하면서 방송사가 외부에 존재하는 연예 기획사로부터 인력을 수급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지금의 대형 연예 기획사를 만들어 지상파의 힘을 약화시킨 건 결국 본인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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