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삶을 잃은 백성, 백성의 신뢰를 잃은 임금. 425년 전 조선에서 현재를 본다. 어두웠던 지난 겨울 대한민국과 놀랍도록 닮은 ‘대립군’이 개봉한다. 이에 앞서 ‘대립군’ 배우들과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렸다.

1000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또 다른 측면에서 광해를 재조명한 작품. 이와 관련해 정윤철 감독은 “‘대립군’은 군주가 되기 한참 전, 임진왜란 당시 세자가 된 지 한달 밖에 안 된 소년 광해가 어떻게 전쟁을 겪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광해의 성장드라마]에 포지션을 잡고 있다. 대립군이라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백성들, 이정재를 멘토로 해서 성장하면서 ‘백성이 왕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나라를 버린 왕 선조를 대신해 조선 땅을 지켜야 했던 어린 왕 광해와 그와 운명을 함께해야 했던 이름 없는 대립군들이 등장한다. 적대적이었던 이들은 치열한 여정을 함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로 뭉친다.

정 감독은 “2년 전 쯤 초고를 읽었는데 당시의 시나리오는 대립군과 그들의 가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광해와 대립군의 이야기로 각색하고 갈등도 더 많이 만들었다. 내가 초고에서 꽂힌 점은 광해가 ‘성군의 길’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광해는 아버지는 도망갔고 밑에서 이순신 장군이 왜군에 맞서는 가운데 임시 정부를 1년 정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밖에 당시 군역 회피 등 군 관련 문제도 심각했다. 내 눈에는 군역을 대신하는 대립군들이 계약직 노동자 같은 존재로 보이더라. 정규직이 되고 싶어서 매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러한 현 사회의 아픈 현실을 역사를 통해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토우(이정재)는 광해에게 “왕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광해는 “자네는 내 백성이 되고 싶은가”라고 반문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 광해를 연기한 여진구는 “광해를 잘 표현한 대사”라고 전하면서 이 대사를 통해 진정한 군주의 덕목을 이야기했다.

정 감독은 “진정한 리더가 어떤 모습인지 우리는 현실에서 직접 보고 있다”면서 “그 전과 많이 비교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나를 따르라’고 무작정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서 백성들을 껴안아주고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억울한 것에 대해서는 같이 싸워주고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올바른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속에서 성장한 광해의 모습과 흡사하다.

박원상은 “오늘 영화를 보고 광해는 행복한 임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름 없이 죽어간, 시간을 함께한 백성들이 광해에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2017년 5월 우리가 새로 뽑은 대통령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구치소에 계신 분은 불행한 분이 아닐까 싶다”고 소신 발언했다.

김무열 또한 “대통령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아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재는 “같은 사람이지 않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솜은 “광해가 백성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감명깊었다. 그런 모습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배수빈은 “이런 군주가 대한민국에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영화 같은 장면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얼떨떨하기도 하다. 기쁘면서도 너무나 갑작스럽고 빨라서 이뤄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랑할 수 있는 대통령이 쭉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정윤철 감독이 지난 정권 당시 “다시는 영화를 못 만들더라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라고 강조한 ‘대립군’. 정 감독은 “‘대립군’은 500년 전 이야기지만 현실과 많이 맞닿은 이야기를 만든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면서 “‘대립군’이 새로운 시대가 반겨줄 좋은 영화로 태어났기를 바란다. 새롭게 대통령이 된 분은 광해가 못 이룬 꿈을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희망을 말하는 ‘대립군’은 5월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