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적’ 박은석 “연기의 불꽃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입력 2017-05-2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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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박은석. 사진제공|제이에서픽쳐스

연기자 박은석(34)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쉼 없이 연기 활동을 벌였다. KBS 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시작으로 최근 종영한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까지 긴 호흡의 드라마 2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연이어 두 작품을 소화해 충분한 여유가 없어 체력이 바닥날 만 한데 그는 연극 ‘나쁜자석’으로 질주를 이어간다.

“힘들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이러한 상황은 모두 예상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하자는 생각이다. 그래야 저 자신에게도 노는 것에 당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와 공연을 병행함으로써 얻는 연기적 배움이 커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연극은 제가 2시간을 책임지고 끌고 가야한다. 매일 같은 공연을 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저와 관객의 반응이 다르다”며 “이러한 학습이 드라마에서는 한 장면을 찍더라도 빠르게 몰입할 수 있는 기술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박은석은 연기에 대해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지만, 20대 초반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7살 때 가족 모두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인으로서 타국에서 생활하기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잃은 게 없기에 무서움 없는 사람”처럼 방황하며 “막 살았다”.

그러던 순간 ‘연기’라는 것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박은석은 2005년 6월6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연기자라는 목표가 결정되자 제 안에 분산되어 있던 에너지가 연기에 집중됐다. 시선의 각도도 달라져 제 시야에 들어왔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더라.”

연기자 박은석. 사진제공|제이에서픽쳐스


한국으로 돌아와 약 1년 간 영어과외 강사를 하고, 2006년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 술술 풀릴 것 같았던 그의 인생은 장벽에 가로막힌다. 주변에서 “너의 발음에서는 버터 냄새가 난다”는 지적에 낙담이 컸다.

“단 한번도 한국말을 못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하! 발음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발음을 고치려고 군대에 갔다. 제대할 때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신문 사설을 오려서 읽는 연습을 했다. 생각해보면 상당한 효과를 본 것 같다.”

이제는 더 나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데에만 집중한다. 이를 위해 5년 전부터 연기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 짓고 있다.

박은석은 “연기자는 몸으로 캐릭터를 담고, 머리로는 대사를 외우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것만큼 벗기는 과정도 중요하다”며 “저는 자전거를 타며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3시간씩 자연 속을 달리다보면 노폐물이 다 빠진 느낌이어서 새로운 것을 담을 공간이 생긴다”며 웃었다.

공연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이제 5년째다.

“한국으로 오겠다고 결정했을 때 연기는 미지의 세계 속 불꽃이었다. 그 불꽃 하나를 여태껏 품고 살아왔다. 꺼지지 않게 살살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제 안에서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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