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경표는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연출 김철규)에서 1930년 경성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던 청년 신율(고경표 분)과, 80년 동안 타자기 속에 봉인돼 있던 유령 작가 유진오(고경표 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고경표는 1930년대와 2017년을 넘나드는 스토리 속에서 두 시대와 주인공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5월 28일 방송된 ‘시카고 타자기’ 14회에선 유아인(서휘영, 한세주 역), 임수정(류수현, 전설 역)을 비롯한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게 끈끈한 우정과 사랑을 보여줘 훈훈함을 자아냈다. 자칫 소멸할 수 있는 상황까지 뚫고 나온 우정이기에 더욱 따뜻했다.
이날 유진오는 ‘작가 한세주’라는 글씨가 박힌 ‘인연’ 초고를 언론에 보냈다. 소멸이 다가온 유진오가 한세주를 돕기 위해 몰래 보낸 것. 이미 유진오는 “유령이 인간사에 개입하면 소멸이 더 빨리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 그럼에도 유진오는 한세주를 위해,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유진오가 원하는 대로 모든 사람들이 소설 ‘인연’의 진짜 작가는 백태민(곽시양 분)이 아닌 한세주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한세주가 원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이번 일로 인해 한때나마 가족처럼 생각하고 존경했던 사람들이 상처받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한세주는 유진오에게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에 유진오는 “잘못을 저지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니까요”라며 단호하게, 또 분명하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유진오의 모습은 한세주를 향한 뜨거운 우정을 보여준 장면이다. 이후 못 이기는 듯 한세주와 화해를 하는 유진오의 모습 역시 훈훈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좋아하는 마방진(양진성 분)을 향한 배려심 역시 따뜻하고 멋졌다. 유진오는 마방진에게 “나 때문에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 떠날지 모를 유령이니까”라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결국 울음이 터져버린 마방진을 큰 품으로 안아주는 유진오의 모습은 유령이지만 멋졌다. 유령임을 알면서도 유진오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는 마방진처럼, TV앞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도 흔들릴 정도였다.
우정이면 우정, 의리면 의리, 배려심이면 배려심. 안방극장에 훈훈함을 선사한, 매력적인 유진오는 고경표의 연기로 완성됐다. 고경표는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단호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강단 있는 모습으로 극중 유아인과의 브로맨스를 그려냈다. 또 나지막한 목소리, 깊은 눈빛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고경표의 다채로운 표현력이 더해져 유진오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한층 배가된 것이다. 물론 시청자의 몰입도도 치솟았다.
한편 방송말미 사라질 듯한 유진오의 모습이 등장해 궁금증을 높였다. 소멸이 가까워진 듯 온몸에 고통을 느낀 유진오가 백태민-한세주가 있는 곳으로 소환된 것. 위기에 빠진 한세주를 유진오가 구할 수 있을지, 단 2회만을 남겨둔 ‘시카고 타자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시카고 타자기’ 고경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