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포수 로사리오를 볼 날이 임박했다. 도미니카공화국 단짝 오간도가 선발 등판하는 날이면 로사리오가 전담포수로 투입될 수도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NC전이 벌어진 28일 마산구장. 경기 전 한화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28)는 포수 장비를 착용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흐뭇하게 웃으며 로사리오를 불렀다. 로사리오는 서둘러 장비를 착용한 뒤 불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주 선발등판을 앞둔 이태양(27)의 불펜피칭을 돕기 위해서였다. 올 시즌 대부분 1루수로만 나섰던 로사리오가 포수 장비를 착용한 모습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로사리오가 실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경기는 3게임(10이닝)에 불과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알고 보니 이는 로사리오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일이었다. 이른바 로사리오 포수 프로젝트를 재가동한 것이다. 최근 외국인투수 알렉시 오간도가 “로사리오가 전담포수로 호흡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로사리오도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로사리오가 메이저리그(ML)에서 포수로 323경기에 나선 바 있지만, KBO리그에선 안방을 지킨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게다가 올 시즌 유일하게 포수로 출장한 18일 고척 넥센전에선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역전패를 허용한 탓에 더 이상 로사리오를 포수로 활용하긴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콜로라도 시절 로사리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러나 로사리오는 “전혀 문제없다”며 포수 마스크를 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내가 포수, 김태균이 1루수로 출장할 경우 타선은 물론 외야도 더 강해진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날 이태양의 불펜피칭을 도운 것도 누군가의 요청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로사리오는 최근 이 대행이 직접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데 대해 “선수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반겼는데, 그러다 보니 본인도 ‘팀 퍼스트’라는 키워드를 가슴에 새기고 뛰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커진 것이다.
실제로 한화는 로사리오와 김태균이 모두 수비에 나선다면 지명타자 공간을 활용해 타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수비에 약점이 있는 야수를 라인업에 포함해 득점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오간도의 요청대로 ‘도미니칸 배터리’가 호흡을 맞출 경우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 대행은 “유사시에 로사리오를 포수로 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오간도의 전담포수를 생각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갈지는 더 봐야 한다. 로사리오가 포수를 맡는다면 타선에 중량감을 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산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