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힐만 감독은 27일 인천 LG전이 끝난 뒤 영화배우 김보성으로 변신한 모습으로 응원단상에 올라 ‘의리’를 외쳤다. 서양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의리라는 단어 때문에 통역은 쉽지 않았지만, 팬들을 향한 진심은 꾸밈없이 전달됐다. 인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흥미로운 것은 힐만이 김보성의 유행어인 ‘의리’의 개념을 알았느냐다. 국어사전에서 ‘의리(義理)’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설명되어 있다. 일본어로도 통용되는 단어다. ‘의리’의 미묘한 어감은 의협(義俠)을 중시하는 동아시아권에서만 정확히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서양에서 ‘의리’는 생소한 어휘다. 힐만 감독의 전담통역 SK 최홍성 매니저는 “의리를 영어로 옮기려니 딱 떨어지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face between friendship’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힐만 감독은 정확한 개념보다는 맥락으로서 이해했을 것이다. 의리라는 의미를 정확히는 몰라도 김보성의 개성을 강조하는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사실 의리는 서양인이 발음하기조차 쉽지 않은 단어다. 그러나 ‘의리’면 어떻고, ‘으으리~’면 어떻겠는가. 팬들이 즐거웠으니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아울러 힐만 감독의 문화적 융통성이 새삼 입증된 순간이었다.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SK가 4-3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열린 스포테인먼트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배우 김보성으로 분장한 SK 힐만 감독(왼쪽)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문학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