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천안종합동장에서 ‘2017 FIFA U-20 월드컵’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 경기가 열렸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1-3으로 패한 뒤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런던올림픽 3년 준비한 홍명보호 동메달
갑자기 지휘봉 잡은 브라질월드컵선 좌절
도쿄올림픽,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비해야
푸릇푸릇한 20세 청춘의 월드컵이 끝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최대한 높은 곳으로 뻗어나가려던 한국축구의 도전은 16강에서 멈췄다. 안타까운 결과지만,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쏟았기에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U-20 태극전사들이 포르투갈에 1-3으로 패한 30일 천안벌에서 울려 퍼진 “괜찮아”의 우렁찬 외침 또한 오늘의 아쉬움을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자는 격려와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쉼 없이 달려온 U-20 태극전사들의 발자취와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2회에 걸쳐 돌아본다.
<글 싣는 순서>
<상> U-20 월드컵에서 드러난 명암
<하> 체계적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자!
대부분의 얼굴이 익숙하지 않았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 소속 ‘공격 콤비’ 백승호-이승우를 제외하면 대회 최종 엔트리(21명)에 포함된 상당수는 ‘아는 사람만 아는’ 무명이었다. 그럼에도 어린 태극전사들의 퍼포먼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소위 ‘죽음의 조’에서 한껏 신바람을 냈고,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자연스럽게 이번 대회에 맞춰 대거 한국을 찾은 유럽 빅클럽 스카우트들의 수첩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U-20 대표팀의 내부적 준비도 미흡했다고 할 수 없다. 기니,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A조) 1·2차전에서 운명이 결정된다는 판단 하에 집중적으로 대비했다. 3월 대회 조 추첨이 끝난 뒤 마련된 모의고사는 모두 아프리카와 남미에 맞춰졌고, 실제로 효과를 봤다.
세네갈과의 평가전 당시 U-20 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러나 한계가 뚜렷했다. 무엇보다 ‘단기처방’으로는 최대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U-20 대표팀을 지휘한 신태용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믿고 쓰는’ 소방수다. K리그 성남일화(현 성남FC) 사령탑을 거쳐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약한 그는 지난해 갑작스레 연령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U-23 대표팀일 이끈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시작이었고, 이번이 2번째였다.
물론 상황은 크게 다르다. 고 이광종 감독의 건강 악화가 맞물린 리우올림픽은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면, 국내에서 개최된 U-20 월드컵은 다르게 접근해야 했다. 철저하게 장기적 관점과 안목으로 대비했어야 했다.
‘U-20 신태용호’는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출항했다. 준비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반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선수 파악부터 점검, 세부전술 다지기 및 조직력 극대화까지 전부 이뤄야 했다. 미션을 수행할 여건이 충분치 않았다.
스포츠동아DB
더욱이 한국축구는 ‘단기 사령탑’으로는 큰 과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2012런던올림픽을 위해 3년여의 시간을 얻었다. 2009년 이집트에서 펼쳐진 U-20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을 거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그랬던 홍 감독조차 갑자기 지휘봉을 잡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선 큰 좌절을 맛봤다.
연령별 대표팀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당장 내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U-23 대표팀 출전)이 있고, 그 뒤에는 2020도쿄올림픽이다. 이번 U-20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주축이 될 무대들이다. 긴 호흡과 기다림, 꾸준한 기회 부여가 절실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