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못 던지면 내려가면 되지” 특급선발 임기영 만든 ‘의식 변화’

입력 2017-06-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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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임기영은 2017시즌 최고의 발견이다. 젊은 투수답게 무한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사이드암 선발 임기영(24)은 올 시즌 KBO리그의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다. 2014시즌이 끝나고 송은범(한화)의 프리에이전트(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KIA 이적이 확정된 뒤 “KIA에서 잘하는 것이 한화 팬들께도 보답하는 일”이라고 했던 그가 지금은 사이드암 전성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전역 후 복귀한 첫해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입대 전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하나도 없다”는 그의 말이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8번)에서 한화에 지명된 뒤 2014년까지 계투로만 41경기(2승3패1홀드·방어율 5.34)에 나섰던 투수가 일약 KBO리그 특급 선발투수로 자리 잡게 된 비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기술적인 변화는 없다

임기영은 올 시즌 11경기(선발 10경기)에 등판해 완봉승 1회 포함 6승2패, 방어율 2.07(65.1이닝 15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가 6이닝을 3자책 이하로 막아내는 것) 8회, 삼진/볼넷 비율 4.11(37삼진·9볼넷), 이닝당출루허용(WHIP) 1.13, 경기당 볼넷 허용 0.82 등은 그의 안정감을 설명하는 지표다. 선발등판한 10게임에선 경기당 6.1이닝을 소화했고, 한 경기 최다 자책점이 3점이다. 대량실점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임기영의 직구 최고구속은 140㎞대 초반으로 그리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뛰어난 데다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이 워낙 위력적이라 긴 이닝을 버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섞어 던지니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뺏기도 좋다. 선발투수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다. 입대 전과 비교해 체중을 불린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없어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임기영은 “구종을 추가한 것도, 그립을 바꾼 것도 아니다. 공격적으로 몸쪽 승부를 하는 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화 시절 임기영과 함께했던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은 “우리 팀에 있을 때는 체격이 호리호리했는데, 전역하고 보니 체격이 커졌다”고 했다.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못 던지면 내려가면 된다”

임기영은 한화 시절에도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지금도 그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은 ‘언더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속설을 무색하게 할 만한 무기인데, 임기영의 그것은 떨어지는 각이 큰 편이라 헛스윙과 땅볼을 유도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 공을 좌타자의 몸쪽으로 던질 수 있게 되니 그 위력이 배가됐다. 임기영이 과거와 달라진 점 가운데 하나로 “공격적인 몸쪽 투구”를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리적인 변화도 있었다. “못 던지면 (2군) 내려가면 된다.” 과거에도 이 같은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예전에는 한 번 내려가면 언제 올라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마음을 졸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정말 마음이 편안하다. 경기 중에도 (김)선빈이 형과 대화하며 긴장을 풀기도 한다.” 마운드에서 비치는 여유 있는 표정도 생각의 변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단순히 미소를 짓던 그 표정이 어느새 자신감과 여유로 바뀐 것이다. KIA 김기태 감독도 “(임기영은) 항상 마운드에서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서 좋다”고 칭찬했다.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공이 높아!” 아버지의 애정 어린 쓴소리

인기구단 KIA의 선발투수는 엄청난 관심을 받는 자리다. 임기영도 과거와 다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SNS와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본인 사진을 검색하는 것도 하나의 일상이 됐다. “과거와 비교하면 관심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느낀다.” 올라간 입지만큼 아버지의 관심이 더 커졌단다.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던지다 보니 중계화면에 노출되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졌다. 임기영의 아버지는 아들의 상승세에도 늘 “공이 높다”, “더 잘해야 한다”는 등의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단다. 이에 임기영은 “요즘도 아버지의 전화를 받으면 혼난다. 내 경기를 보고 분석 하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볼넷을 내줄 때는 정말 화가 난다”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어 체력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감독도 애초 임기영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재충전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임기영의 페이스가 워낙 좋은 데다 잘 돌아가는 선발로테이션에 굳이 손을 댈 필요가 없어 이 계획을 일단 철회했다. 임기영도 “아직 힘들다는 느낌은 없다. 가능한 많이 던지고 싶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마산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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