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묵묵·꾸준’ 늘 푸른 소나무 같은 LG 손주인

입력 2017-06-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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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드러나지는 않아도 꼭 있어야 조직이 돌아가는 존재가 있다. LG 내야수 손주인이 그런 선수다. 스포츠동아DB

LG 손주인(34)은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다. 본인도 “내가 뭐 대기록을 가진 선수도 아니고…”라며 스스로를 낮추기 바쁘다. 그러나 NC 김경문 감독은 항상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들의 노고를 잊으면 안 된다”며 강조한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빗겨나 있지만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선수들이 있어야 강팀이 되기 때문이다. LG에는 손주인이 ‘늘 푸른 소나무’ 같은 존재다.

LG 손주인. 스포츠동아DB



● 안정적인 수비…준비된 자세

손주인은 올해로 16년차 베테랑이다. 그는 주전이든, 백업이든 상관없이 경기에 나가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수비다. 실제 2013년 LG가 팀이 오랜 암흑기를 이겨내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트레이드돼 내야 수비를 안정시킨 그의 보이지 않는 힘이 컸다. 그 역시 “수비가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낸다.

손주인의 가치는 단순히 수비를 잘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일례로 30일 잠실 넥센전에서 그는 유격수로 선발출장했다. 2016년 7월 2일 잠실 SK전 이후 무려 332일 만에 유격수 자리에 배치됐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안정적으로 타구를 처리하면서 내야를 단단히 지켰다. 단순히 경험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오랜만에 유격수를 했더니 재미있었다”며 웃고는 “스프링캠프부터 코치님과 상의해서 유격수 포지션 훈련을 계속 해왔다. (오)지환이가 한 시즌 풀타임으로 유격수로 뛰면 체력적 부담이 있을 수 있으니까 언제든지 나갈 수 있게끔 준비를 하자고 해서 계속해서 연습했다”고 귀띔했다. 시즌 중에도 그는 유격수 자리에서 펑고를 받는다. “계속 준비해온” 노력이 있었기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LG 손주인. 스포츠동아DB



● 희생타·희생플라이를 칠 줄 아는 타자

손주인은 수비만 잘 하는 선수는 아니다. 자신의 약점으로 꼽힌 타격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첫 타율 3할(0.322)에 처음으로 100안타(114안타)를 기록했다. 어떤 타자들에게는 쉬울 수 있는 100안타지만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기록이다. 그는 올해도 타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즌 초반 4할대까지 치솟았던 타율은 떨어졌지만 중요할 때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희생타와 희생플라이다. 그는 31일까지 45경기에서 4개의 희생타와 3개의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팀 내 각각 희생타가 많은 타자, 희생플라이가 많은 타자는 있지만 2가지 모두 기록한 타자는 손주인이 유일하다. 그는 작전수행능력이 필요한 테이블세터도, 타격보다는 수비 쪽에 무게감이 실리는 포수도 아니지만 번트를 아주 잘 댄다. 시즌 중에도 번트가 필요한 순간 대타로 출장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무사나 1사에서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희생플라이를 쳐 득점을 올리는 역할도 한다. 31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2-0으로 앞선 4회 1사 3루서 희생플라이타점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그는 “늘 내가 맡은 바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라며 “하위타선에서 작전수행 같은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체제에 나름 스트레스도 받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참으로서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타석에서 부담이 심한 것 같다. 코치님도 두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타석에 임하라고 얘기한다”며 “팀 상황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시즌 초반이다. 선수들도 부담 없이 임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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