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근 한국오픈 극적 우승 “평생 잊지 못할 날”

입력 2017-06-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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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근이 4일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제60회 한국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뒤 트로피를 옆에 놓고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다. 장이근은 우승상금 3억원과 함께 디오픈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사진제공 | KPGA

■ KPGA 한국오픈 합계 7언더파 277타

동타 김기환과 연장 접전 끝에 역전승
투어 5년 출전권+디오픈 티켓+3억원
우정힐스CC 코스 전문가 아버지 큰힘

장이근(24)이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극적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메이저대회 디오픈(The OPEN)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4일 천안 우정힐스골프장(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한국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합계 7언더파 277타로 김기환(26)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1·2위에게 주어지는 디오픈 출전권의 주인은 이미 가려졌지만, 우승상금 3억원을 놓고 또 한 차례 혈투가 펼쳐졌다. 대회 규정에 따라 연장전은 16번(파3)과 17번(파4), 18번(파5) 홀에서 치러졌다. 3홀 경기 후 낮은 타수를 기록한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연장 2번째 홀에서 장이근이 한발 앞서나갔다. 그린 밖 약 12m 지점에서 친 공이 홀 안으로 떨어지면서 버디로 연결됐다. 마지막 18번홀에선 김기환이 더블보기를 하면서 승부의 추가 장이근에게 기울어졌다. 파 퍼트를 놓쳤지만 보기로 마무리하며 3억원을 챙겼다.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을 노렸던 김기환은 디오픈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으로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오픈 사상 최고 명승부로 꼽힐 만큼 흥미진진했다. 4라운드 중반 이후 허인회(28)가 앞서나갔다.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통한의 보기를 적어내며 우승경쟁에서 밀려났다. 상금랭킹 1위 최진호(33)는 6언더파 208타로 경기를 끝내 연장을 준비했지만, 허인회와 함께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1타차로 디오픈 출전의 꿈도 무산됐다.

사진제공|KPGA



● 아버지는 아마, 아들은 프로 챔피언 등극

장이근의 뒤에는 매우 남다른 아버지가 있다. 부친 장오천 씨는 유명한 아마추어골프 고수다. 장 씨는 대회가 열린 우정힐스골프장의 1995년 클럽챔피언 출신이다. 그 밖에도 은화삼, 리베라 등 20여 곳 골프장의 클럽챔피언을 지낸 전설적인 아마 고수였고, 아마 자격으로 1994년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해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클럽챔피언이란 해당 골프장을 대표하는 아마 최강자를 의미하며, 아마들 사이에선 프로대회 우승만큼 높게 평가받는다.

장 씨는 아들 넷 중 장남을 제외한 3형제 모두를 골프선수로 키웠다. 투어프로가 된 막내아들 장이근은 아버지의 덕을 많이 봤다. 3년 전에는 한국오픈에 처음 출전하면서 누구보다 코스를 잘 알고 있는 아버지가 캐디로 나서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무명이었던 장이근은 당시 3라운드까지 선두권을 달려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간 장이근은 미국 서부 명문대 USC를 다니다 휴학한 뒤 2013년 프로의 길을 택했다. 시작은 험난했다. 원아시아와 아시안 투어, 차이나 투어, 캐나다 투어 등 변방을 전전했다. 그러다 2016년 아시안 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수석으로 통과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KPGA 투어 회원이 아닌 그는 이번 대회에는 원아시아 투어 상금랭킹 상위 자격으로 나왔다. 우승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던 장이근은 아버지가 클럽챔피언에 올랐던 코스에서 프로 챔피언이 됐다. 그것도 국내 프로대회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오픈이다. 이번 우승으로 KPGA 투어 5년 출전권도 확보했다. 장이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다”며 감격해했다.

천안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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