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양원준 WKBL 사무총장 가족 “다섯 식구가 모두 농구선수…아마도 우리가 처음 아닐까”

입력 2017-06-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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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준 WKBL 사무총장(오른쪽 끝)뿐 아니라 부인 이경희 씨(왼쪽 끝), 두 아들 재혁(왼쪽 2번째), 재민(왼쪽 4번째) 군과 딸 지원 양까지 가족 5명이 모두 대한농구협회에 등록된 정식선수 출신 또는 현역선수다. 농구공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통하는 진정한 농구 패밀리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아빠 양원준

아이 셋 다 선수…고기냉장고 따로 있어
둘째는 형 이겨보겠다고 농구 시작했죠

■ 엄마 이경희

둘째가 스페인 생활 하면서 식비 줄기도
경기 따라다니느라 막내는 신경 못 썼죠

■ 첫째 양재혁

아빠 영향 받아 농구…롤모델은 양희종
나도 한 분야서 인정받는 선수 되고 싶어

■ 둘째 양재민

힘든 스페인 생활…벽 보고 얘기할 때도
이번엔 미국 농구 도전…도와주실 거죠?

■ 막내 양지원

소년체전 응원 온 오빠들…기분 좋았죠
오빠 여친들이 막 기프티콘도 보내주고…

국내 스포츠계에는 부모의 영향으로 운동을 택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특히 농구에는 부모에게서 ‘농구 DNA’를 물려받은 2세들이 무척 많다. 지난해 스페인 토레로도네스 주니어팀(18세 이하)에서 활약한 양재민(18)도 농구선수 출신인 부친 양원준(47)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사무총장과 모친 이경희(47) 씨의 피를 물려받은 농구인 2세다. 양재민뿐만이 아니다. 형 양재혁(20·연세대 2학년)과 여동생 양지원(12·신길초 6학년)도 농구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 5명이 모두 농구인이다. 양 사무총장은 “한국농구 110년 역사상 가족 5명이 모두 대한농구협회에 선수로 등록한 것은 우리가 처음 아니겠는가”라며 바스켓볼 패밀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끈끈한 피로 뭉친 양 사무총장 가족을 만났다.

양원준 WKBL 사무총장 가족.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반갑습니다. 가족끼리 모두 모이기도 어렵지 않나요?


양원준(아버지)=저는 저대로 바쁘고, 큰 애가 합숙생활을 하다보니 모이기가 쉽지 않죠.


이경희(어머니)=(양)재민이가 스페인에서 돌아온 뒤 두 번 정도 다같이 식사를 한 것 같아요. 5월 초에 식사 한 번 하고 처음인 것 같아요.


-아이들 셋을 키우기는 어려웠겠지만, 키워놓으니 든든할 것 같아요.

어머니=물론이죠. 다섯 식구가 같이 나가면 주위사람들이 쳐다보고는 해요. 얼마 전 막내가 소년체전 첫 날이었는데, 두 아들이 같이 경기장을 찾아서 직접 봤어요. 처음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선수들의 엄마들이 무척 부러워하더라고요. ‘지원이 오빠들 잘 생겼다’면서요.


-두 오빠가 직접 보니까 양지원 선수는 기분이 어땠어요?


양지원(막내)=경기 시작할 때 관중석의 오빠들과 눈이 마주쳤어요. 기분 좋았어요.

아버지=그날 우리 막내가 농구선수생활을 하면서 최고 득점을 했어요. 24점에 15리바운드를 했죠.


-아이들의 식비도 엄청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아버지=일반식당보다는 뷔페에 가는 게 낫죠. 하하하. 냉장고도 고기냉장고, 김치냉장고, 일반냉장고가 따로 있어요. 셋 다 선수생활을 해야 하니까 육식을 많이 하거든요.

어머니=요즘은 큰 아들이 합숙을 하고, 둘째가 스페인에서 생활하면서 식비가 많이 줄었어요. 둘째가 나간 뒤로는 쌀 소비가 좀 줄었죠.


-부모님이 모두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농구선수의 고충을 잘 아실 텐데, 어떻게 세 자녀를 전부 선수로 두게 됐나요?

아버지=큰 애는 어릴 때 발을 다치고 쉬는 동안 체형이 변했어요. 키가 갑자기 커지니까 농구하라는 권유가 많았고, 초등학교 3학년 겨울부터 시작했어요. 재민이는 농구를 안 시키려고 했는데, 형이 하는 것을 다 따라하려고 하더니 자연스럽게 농구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학교도 일산에서 다니다가 농구부가 있는 삼광초등학교로 전학했어요.


-딸까지 농구를 하고 있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어머니=2015년부터 체형이 변해서 고민했어요. 그 때 신길초등학교에 정한나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본인이 애를 학교에 데리고 다닐 테니 걱정 말고 맡기라면서 권유하셨어요. 막내가 처음에는 운동을 안 좋아했는데, 오빠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막내가 농구를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서 정한나 선생님이 그만두셨는데, 그 후에 오신 김미소 선생님이 애를 픽업하면서 돌봐주시죠. 제가 운동할 때도 그렇고, 여자선수들은 엄청 힘들게 운동하는데, 요즘에는 농구를 재밌게 가르치더라고요. 본인도 안 하겠다는 말을 안 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양재혁에게) 왜 농구를 하고 싶었나요?


양재혁(첫째)=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농구가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제가 있던 대우(현 전자랜드)가 1997년에 창단했는데, 그 때 조동현(kt 감독), 조성훈(전자랜드 어린이농구교실)이 큰 애를 안고 찍은 사진이 아직도 있어요. 큰 애는 어린 나이에도 프로농구 미디어가이드북에 있는 선수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그랬어요. 둘째는 형을 이겨보겠다고 농구를 시작했고요.

연세대 양재혁. 사진제공|한국대학농구연맹



-아이들의 경기는 다 챙기는 편인가요?

아버지=저는 WKBL에 있다보니 쉬는 날이 아니면 아이들의 경기를 못보고, 와이프가 다 따라다녔죠.

어머니=재혁이는 용산중, 재민이는 삼선중으로 진학했는데 한 번은 용산이랑 삼선이랑 경기를 했어요. 아무래도 재혁이가 고학년이다 보니 용산중 부모님들 쪽에 앉았어요. 재혁이, 재민이 경기를 따라다니다 보니 막내는 친정엄마가 많이 키웠죠. 지금은 막내가 최우선이에요.


-양재민 선수가 지난해 스페인에 진출해서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형으로서 부럽기도 했나요?

첫째=놀라웠어요. 집에서도 둘이 이야기를 할 때 예전부터 스페인을 가겠다고 했어요. 워낙 욕심이 많은 애라 ‘또 시작하나, 금방 사그라들겠지’ 생각했는데, 진짜로 진출하니까 자랑스러웠죠.


-양재민 선수는 스페인 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더 느꼈을 것 같아요.


양재민(둘째)=가족 생각이 많이 났어요. 얘기는 하고 싶은데, 말할 상대가 없다보니 혼자 벽을 보고 얘기할 때도 있었고, 훈련할 때도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답답했죠.

어머니=처음에 걱정이 너무 많았어요. 지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스페인이 어떤 나라인지 몰랐으니까요. 그래도 이번이 기회다 싶어서 보냈는데, 기꺼이 허락해준 학교(경복고)에도 감사하죠.


-(양재민에게) 스페인 생활은 어땠나요?

둘째=생활 자체가 너무 힘드니까, 쉬는 날에는 거의 집에서 잠만 잤어요. 운동하고 수업을 병행하는데, 말도 잘 안 통했으니까요. 그래도 농구할 때는 즐거웠어요. 차원이 다른 느낌이랄까.

어머니=재민이가 스페인 생활을 한지 4개월 정도 됐을 때 제가 갔었는데,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뭐 먹으러 나가서도 스페인말로 다 주문을 하더라고요. 둘째를 다시 봤어요.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어를 하니까 뭔가 배운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노트를 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한 흔적이 있더라고요.

아버지=재혁이는 중3 때까지는 공부를 잘했어요. 학교에서 수학이나 영어도 좀 한다고 얘길 들었어요. 재민이는 책하고 담을 쌓은 애였죠. 재민이 성적표를 아예 받아본 적도 없어요(웃음). 스페인을 다녀오면서 공부에 흥미가 생겼더라고요.

둘째=복학(경복고)해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재밌어요. 수업 내용이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은 모르는 건데, 저는 알고 그러면 왠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스페인에 있을 때 세네갈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는데, 그 친구들이랑 지금도 자주 연락하면서 스페인어도 꾸준히 쓰려고 해요.

스페인에서 뛸 당시 양재민. 사진제공|토레로도네스 홈페이지



-또 다른 나라에서 농구할 생각이 있나요?

둘째=네, 이번에는 미국에서 농구하고 싶어요.

어머니=애 아빠가 국내농구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국내대학 진학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재민이는 대학도 미국으로 가고 싶어해요.


-아버지로서 구단(전자랜드 사무국장 출신) 생활이나 선수들 얘기도 아이들에게 해주는 편인가요?

아버지=제가 전자랜드 사무국장을 하면서 나이 먹고 은퇴하는 시기에 놓인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은퇴하는 시기가 올 텐데’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운동선수를 하더라도 남들에게 없는 무언가는 하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농구 기술이든, 공부든 말이죠. 최근 동아일보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라’는 기사를 흥미롭게 봤어요. 농구 쪽으로는 과거 이충희(전 동부 감독), 박수교(SBS 해설위원), 문경은(SK 감독), 이상민(삼성 감독) 같은 선수들이 어떻게 운동을 했는지 얘기해주고는 하죠.

첫째=아버지가 과거 선수들에 대해 말씀해주시기는 하는데, 그 분들 선수시절을 본 것이 아니라서 사실 안 믿어지기도 하고, 따라하기도 어렵더라고요. 저는 양희종(KGC) 선배가 롤모델이에요. 공격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수비는 인정받는 선수니까요. 한 부분이라도 인정을 받고 싶어요.

아버지=재혁이는 2학년이 되면서 학교에서도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둘째=저는 KBL보다 NBA를 봐요. 코비 브라이언트(은퇴)의 플레이를 좋아해요. 제가 원하는 포지션이고, 가장 닮고 싶은 선수에요.

막내=저는 최준용(SK) 오빠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어머니=최준용 오빠를 좋아하니까 닮고 싶은가 봐요. 경복고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최준용 선수가 막내랑 잘 놀아줬거든요. 평소에도 엄청 잘해줘요. 여자농구선수로는 박혜진(우리은행)을 좋아하더라고요.


-오빠들이 나이차가 많아서 엄청 잘 챙겨줄 것 같은데요.

막내=네, 잘 놀아줘요. 오빠 여자친구들이 기프티콘도 보내주고, 같이 놀이공원도 다녀오고, 파스타도 먹었어요.


-여자친구마저 농구인은 아닌가요?

첫째=저는 여자친구 없어요.

둘째=(농구인) 아닙니다.

양원준 WKBL 사무총장 가족.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농구선수생활을 한 부모로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편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딱하죠. 며칠 전 연세대에 갔어요. 운동만 해도 힘든데, 수업까지 참석해서 일정수준의 성적을 얻어야 하니 여러모로 어려워하더라고요. 우리 대학 다닐 때 애들 아빠는 수업에 안 들어갔었거든요. 다만 힘들어도 수업에 참여하니까, 같은 과 친구들도 생기고 좋은 날씨에 캠퍼스 생활을 누리는 것을 보면 옛날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해요.

아버지=운동선수 때를 뒤돌아보면 공부를 많이 못한 것도 후회스럽지만, 농구선수 외에 유대관계가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요.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확실한 자기 목표를 가지고 운동에도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신체조건은 좋아졌지만, 애들의 의지가 약하다고들 하잖아요. 잘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농구인 가족이어서 어떤 점이 좋은가요?

둘째=형과 농구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부모님들도 생활에 대해 잘 아시니까 우리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잘 이해해주세요. 다만 저는 미국에 나가고 싶은데, 아버지가 국내대학을 가라고 하셔서…. 아들의 도전을 도와주셨으면 해요(웃음).

첫째=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좋은 것 같아요.


-부모로서 아이들이 어떤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라나요?

어머니=어릴 때 본인들이 농구를 좋아해서 시키게 됐는데, 이왕 선수생활을 하고 있으니 매사에 최선을 다해서 자기 미래를 설계해가면서 성장했으면 해요. 다만 늘 잘될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안 됐을 때도 잘 계획을 세워서 인생을 계획적으로 살았으면 해요.


-양 총장은 주변에서 ‘아이들 재테크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시잖아요?

아버지=하하하.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아이들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이 정도 투자했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설사 농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늘 아이들을 도와줘야죠.

어머니=저는 내가 정성을 들인 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웃음).


● 양원준 WKBL 사무총장 가족은?

양원준(47) WKBL 사무총장은 연세대 졸업 후 대우 제우스(현 전자랜드)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은퇴한 뒤에는 대우 코치를 거쳐 프런트로 변신해 전자랜드 사무국장을 지냈다. 부인 이경희(47) 씨도 선일여고, 이화여대에서 농구선수로 활약했다. 큰 아들 양재혁(20·193㎝)은 현재 연세대에 재학 중이며, 경복고 때인 2012년 전국춘계중고농구연맹전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둘째 아들 양재민(18·경복고·200㎝)은 지난해 한국농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토레로도네스 주니어팀에 입단해 한 시즌을 뛰었다. 2015년 16세 이하(U-16)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준결승 중국전에서 30점을 올리며 한국의 사상 첫 우승에 기여했다. 또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가 선정한 2015년 베스트5 청소년 스몰포워드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막내 딸 양지원(12·173㎝)도 신길초등학교에서 농구 유망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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