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이휘재, 한 집안의 가장(家長)이 품은 정당한 분노

입력 2017-06-08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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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이휘재가 악성 댓글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그는 최근 서울 마포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고소장을 접수하며 강경한 법적 대응 절차를 밟았다.

그동안 이휘재는 방송에서의 말 실수나 시상식에서의 진행 태도 등이 문제가 돼 구설수에 올랐다. 그 때마다 시청자들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를 비판했으며 이때에도 수위를 한참 넘은 악성 댓글이 있었으나 이휘재는 이를 참아 넘겼다.

그러나 이번만은 사안이 다르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악성 댓글마저 감수해야 한다는 인내심의 범위마저 넘어섰다. 바로 그의 자녀들과 아버지를 향한 비방이었기 때문이다.

이휘재의 소속사 코엔 스타즈 측 관계자도 이번 고소장 접수에 대해 “이휘재 씨는 본인에 대한 댓글이라면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내, 자녀, 그리고 이휘재 아버지에 대한 비방이 이어진 것이다. 회사 측에서도 ‘이 부분만은 대응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예인은 대중의 호감을 먹고 사는 직업이다. 그와 동시에 비호감 혹은 적의와도 마주해야 한다. 최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박명수가 아내 한수민의 방송 욕심을 걱정하는 장면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것도 방송인의 숙명’이라는 자막이 따라붙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린 자녀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마저 연예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 비방을 감수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이들이 설령 연예인의 가족으로서 이른바 ‘가족 예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서 이들에게 악성 댓글을 쏟아낼 권리는 대체 누가 부여한 것일까.

백 보 양보해서 이휘재에게 악성 댓글을 남기는 이들이 ‘주는 것 없이 이휘재가 밉다’고 생각해 보자. 그래도 이런 이유가 이휘재의 가족들에게까지 무차별적 악성 댓글을 남겨도 되는 어떤 정당성도 만들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이휘재의 이번 법적 대응은 소위 ‘돈은 돈대로 벌면서 싫은 소리는 듣기 싫어한다’는 식으로 풀이될 수 없다. 그는 개그맨,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래서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나. 악성 댓글을 남긴 이들이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길 바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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