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전국수석’ kt 류희운의 첫 승 성공기

입력 2017-06-14 21: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류희운. 사진제공|kt wiz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년 전인 2013년 6월, 전력 꾸리기에 한창이던 신생팀 kt는 특별우선지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최고 유망주 2명을 지목했다. 개성고 좌완투수 심재민(23)과 북일고 우완투수 류희운(22)이 그 주인공이었다. 당시 신인지명을 주도했던 조찬관 kt 육성팀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심재민은 고교 시절부터 능력이 검증된 투수였지만, 류희운은 3학년이 되면서 기량이 껑충 뛴 선수였다. 다만 (심)재민이의 경우 당시 팔꿈치 수술을 앞둔 터라 입단계약금에서 (류)희운이에게 조금 밀렸다. 그러나 둘은 사실상 전국 공동수석인 셈이었다.”

각각 입단계약금 2억5천만원과 3억2천만원을 받고 kt 유니폼을 입은 심재민과 류희운의 진로는 프로에서 엇갈렸다. 심재민은 2015년 팀의 1군 진입과 함께 폭넓은 기회를 받으면서 좌완 핵심불펜으로 성장한 반면, 류희운은 팬들의 뇌리 속에서 점차 잊혀져갔다. 2015년 받은 팔꿈치 수술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나란히 입단 4년차를 맞는 올 시즌, 동기보다 한 발 뒤져있던 류희운이 마침내 이름값을 해냈다. 14일 포항 삼성전에서 팀의 2번째 투수로 나와 4이닝을 1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7-5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팀의 7연패 탈출은 물론 본인의 KBO리그 데뷔 첫 승이라는 감격도 함께 맛봤다.

첫 승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5경기에서 승패 없이 방어율 10.80(8.1이닝 10실점)만을 기록했던 류희운은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첫 승을 노렸다. 그러나 승리 대신 2패만을 안았다. 기다리던 첫 승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이날 선발이었던 고영표가 2이닝 만에 8안타(1홈런)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급히 몸을 풀고 3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최근 타격감이 물오른 삼성 타선이었지만, 시속 140㎞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130㎞를 넘나드는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 사이 1-5로 패색이 짙던 팀은 5회 5점, 6회 1점을 내고 승기를 뺏어왔다.

경기 뒤 만난 류희운은 입단 당시를 떠올리며 감격에 젖은 모습이었다. 그는 뜨거운 눈시울을 잠시 가다듬은 뒤 “오늘 첫 승은 생각지도 못했다. 최근 불펜투수들이 고생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려했을 뿐”이라면서 “그간 재활을 거치느라 참 힘들었다. 지금처럼 자신감을 갖고 던지겠다”고 말했다.

포항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