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꺾은 카타르.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는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을 향한 천금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잘 차려진 밥상을 뒤엎은 꼴이다. 이란이 13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홈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고 본선행을 일찌감치 확정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우리가 14일 카타르 원정에서 승점 3을 챙기면 한결 여유로워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그러나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다. 먼저 2골을 내준 뒤 어렵사리 동점까지 쫓아갔지만 거기가 끝이었다. 오히려 한국의 2-3 패배로 이란의 A조 1위까지 확정됐다.
이란(6승2무·승점 20)을 제외한 A조 판도는 훨씬 복잡해졌다. 한국(4승1무3패·승점 13)과 우즈벡(4승4패·승점 12)의 2위 싸움이 점입가경 양상이다. 산술적으로는 4위 시리아(2승3무3패·승점 9), 5위 카타르(2승1무5패·승점 7)에도 아직 희망이 있다. 최종예선 조 2위의 의미는 엄청나다. 2위까지는 본선에 직행하지만, 3위로 밀려나면 되면 다른 조 3위와 플레이오프(PO)를 치른 뒤 북중미 4위와 대륙간 PO까지 거쳐야 한다.
한국은 8월 31일 이란과 9차전 홈경기, 9월 5일 우즈벡과 최종 10차전 원정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고 이란의 준비가 허술할 것으로 지레 짐작하면 곤란하다. 고비마다 우리에게 번번이 아픔을 안긴 난적 중의 난적이 바로 이란이다. 이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조별리그 무패 통과를 노리고 있다. 결국 한국의 운명은 우즈벡 원정에서 가려질 공산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
A조보다는 정리가 된 편이지만, B조 역시 아직은 안개속이다. 13일 이라크와 1-1로 비긴 일본(5승2무1패·승점 17)이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위 사우디아라비아(5승1무2패)와 3위 호주(4승4무·이상 승점 16)가 그 뒤를 맹렬히 쫓고 있다. 남은 9·10차전에서 얼마든지 순위가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 특히 일본은 호주(홈), 사우디(원정)와 2연전을 치러야 하는 까닭에 방심할 수 없는 처지다. 어찌됐든 B조에 걸린 본선행 티켓 2장과 PO행 티켓 1장은 3강 일본-사우디-호주가 나눠가질 것이 유력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