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드라마 ‘듀얼’. 사진제공|OCN
3일 방송을 시작한 ‘듀얼’이 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작 ‘터널’이 5월21일 6%대로 채널 역사상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린 ‘후광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듀얼’의 초반 저평가는 채널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OCN 토·일드라마는 그동안 수사, 심리 등 장르물을 주로 편성해왔다. 요일을 변경해오며 ‘뱀파이어 검사’ ‘나쁜 녀석들’ ‘38사기동대’ ‘보이스’ 등 지상파 채널에서 접하지 못했던 독특한 소재와 영화와 같은 연출기법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듀얼’은 선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인간과 딸을 납치당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가 가장 관심사였지만, 시청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10일 3회까지 방송했지만 복제인간에 대한 설정을 빠르게 풀어내지 못하며 답답함을 안긴 느린 전개와 곳곳에 수수께끼만 남기고 힌트를 주지 않는 ‘불친절한’ 연출을 선보였다.
또 장기밀매라는 자극적인 내용이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보이스’ 때도 살인 장면이 자주 등장해 “자극적이다”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설정이어서 잔인함보다 공포감을 높였지만 ‘듀얼’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OCN이 ‘주말드라마’라는 표현 대신 ‘토·일드라마’라고 하는 것도 이야기의 힘으로 지상파 채널과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함이지만 현재까지 ‘듀얼’은 이를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케이블 드라마는 독특함이나 참신성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지상파 채널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 특히 ‘듀얼’이 방송되는 밤 10시대에는 아직까지 특정 프로그램에 쏠려 있는 고정층의 시청자가 없어 드라마의 재미와 완성도에 따라 시청률 낙폭이 커질 수 있다.
‘듀얼’은 드라마 출연이 많지 않은 배우 정재영, 결혼 후 첫 드라마인 김정은과의 호흡이 제대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딸을 납치당한 정재영의 처절한 연기는 호평을 받지만, 데뷔 이래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한 김정은의 의욕이 너무 앞선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OCN 관계자는 “‘터널’의 성공으로 ‘듀얼’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부분도 있지만, 이제 초반인 만큼 정재영과 김정은의 호흡을 기대해 달라”며 “이를 통해 토·일드라마 정착을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