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코드’ 감독 “장비 도난 사건, 다들 죽고 싶은 심경”

입력 2017-06-21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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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코드’ 감독 “장비 도난 사건, 다들 죽고 싶은 심경”

‘직지코드’ 제작진과 데이비드 레드먼이 촬영 중 겪은 최악의 사고를 회상했다.

먼저 우광훈 감독은 21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직지코드’ 기자간담회에서 “석박사 학자들과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담았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해야 했고 우리끼리 밥 먹으면서도 서로 지식을 주고받으며 토론했다. 해당 장면을 찍는다고 차를 비운 사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직지코드’ 제작진은 유럽에서 촬영 마지막날 촬영 장비와 촬영본이 담긴 하드를 도난 당하는 일을 겪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우 감독은 “살면서 이것보다 더 크게 힘든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더라. 데이비드는 당시 ‘삶을 마감하고 싶다’고 하더라. 동행한 여배우도 침체돼 있어서 기운을 북돋는다고 없던 기획까지 해가며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럽 경찰들은 정말 비협조적이었다.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기도 했다. 도와주지 않고, 알아서 찾으라는 식이었다. 결국 ‘습득물을 관장한다’는 집시의 수장을 찾아갔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유럽 가이드도 빠지고 우리끼리 군락을 찾아갔다. PD님은 유서까지 써놓고 갔다”고 밝혔다. 이어 우 감독은 “결국 못 찾았다. 정지영 감독님이 ‘재촬영을 생각해봐라’고 하더라. 오히려 이 위기 덕분에 극적인 이야기가 생겨서 자던 관객들도 깨우고 우리의 메시지를 더 전달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레드먼은 “그때는 정말 죽고 싶었다. 너무 충격 받은 상태였는데 정지영 감독이 위로해주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해줘서 감동받았다. 사고가 있었지만 필름 몇 개는 남아 있었고 영화를 만들 때 넣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서 이들의 사고를 전달받은 제작자 정지영 감독은 “처음에는 황당했다. 나보다는 감독과 PD와 스태프의 감정을 생각해봤다. 다시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영화 한 편을 도둑맞은 셈”이라며 “되팔아 돈이 되는 카메라는 잃어버려도 콘텐츠는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로마 대사관까지 연결해서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못 찾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재촬영 밖에 없었다. 큰 결심처럼 이야기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작비 때문에 촬영 일정과 스태프를 줄이고 진행했다. 나는 스태프를 고생만 시킨, 죄인”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직지코드’는 고려시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둘러싼 역사적 비밀을 밝히기 위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5개국 7개 도시를 횡단한 제작진의 다이내믹한 여정과 놀라운 발견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정지영 감독이 제작하고 우광훈 감독이 연출, 데이비드 레드먼이 출연했다. 6월 28일 개봉.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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