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조승우가 양파 같은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안방극장 1열에 줄 세우며, 입덕 요정으로 등극할 태세다. 감정이 없는 차갑고 무미건조한 인물인줄만 알았는데, 은근슬쩍 드러내는 의외의 매력 때문이다.
‘비밀의 숲’(연출 안길호 / 극본 이수연)의 감정 잃은 검사 황시목(조승우)이 형사 한여진(배두나)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의 조작된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가운데, 시목의 색다른 면모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시키고 있다. 그가 방송 4회 만에 다양한 닉네임을 양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입덕을 부르는 시목의 활약상을 그의 닉네임을 통해 살펴봤다.
▷ ‘섹시목’: 사건 파악이 빠름.
유달리 사건 파악이 빠른 시목의 ‘뇌섹남’ 매력은 사건을 해결할 때 빛을 발했다. 특히 냉철한 취조 스킬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사실을 실토하게 만들었다. 범인으로 몰렸던 남편 강진섭(윤경호)의 자살에 오열하는 그의 부인에게 “탄원서 왜 넣었어요? 죽을 거 알았잖아!”라고 밀어붙여 진섭이 죽을 생각이 없었음을 알아냈고, 과거 박무성(엄효섭)이 차장검사 이창준(유재명)에게 들이밀었던 여자 민아(박유나)의 뒤를 쫓기 위해 불법 콜 운전사에게 “주소, 전화번호” 단 두 마디로 그녀의 집을 찾아낸 것. 시목에게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았다.
▷ ‘핵시목’: 상사에게 은근히 ‘멕이는’ 재주가 있음.
직장 내 왕따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시목. 오히려 그를 골탕 먹이려던 이들이 시목에게 당하기 일쑤였는데, 예를 들어, “후밴 이렇게 키우는 거야. 뒤치다꺼리나 시키는 게 아니라”는 서동재(이준혁)에게 “예. 그렇습니까”라는 영혼 없는 대답으로 분노를 유발시켰다. 또 본인의 과거가 폭로됐을 때 창준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 감상이 어떠냐”고 묻자, “집과 사무실을 오간 감상입니다”라며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게다가 검찰의 부실수사를 공개했단 이유로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3부장 앞에서 펜을 정성스레 골라 열심히 글을 써내려갔다. 시청자들은 상사들에게 은근한 ‘빅엿’을 날리는 재주가 있는 시목 때문에, 주중에 받은 스트레스를 날릴 핵사이다를 맛보고 있다고.
▷ ‘스윗시목’: 스윗한거 본인만 모름.
내부 고발 후 검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 시목이 마음 쓰였던 후배 영은수(신혜선). 그러나 시목은 은수에게 괜한 불똥이 튈까 “나한테 말 걸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또 CCTV에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은수가 시무룩해 하자 시목은 “응, 그래. 알았어”라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선배美에 설렜다” “말투완 다른 다정함에 심쿵했다” “스윗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본인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나지막이 읊조리는 보이스로부터 전달되는 마음이 제대로 여심을 저격한 것.
▷ ‘먹시목’: 혼밥도 잘함.
시목의 인생은 ‘마이웨이’다. 아무도 밥을 같이 먹잔 말을 안 해도 알아서 동태찌개를 주문하고, 여기저기서 눈치를 줘도 뜨거운 국물에 찬물을 부어 온도를 맞춰가며 취향껏 먹는 혼밥의 달인이다. 피해자 무성이 죽기 전날 만났던 사람이 함께 온 카페에 가서도, 두 사람을 목격했던 알바생의 연락을 기다리다 대뜸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라며 카드를 내밀었다. 방송에 출연했던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수근대도, 홀로 빨대로 ‘아아’를 마시며 카페를 살폈다. 물론 그에게 웃길 의도는 1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순간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바꾸며 빅재미를 선사했다.
‘비밀의 숲’5회는 오는 24일(토) 방송된다.
사진 = ‘비밀의 숲’ 방송 화면 캡처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