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모처럼의 안방승부 반전 가능?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제주 유나이티드는 묘한 징크스가 있다. 전반기는 잘 나가다가도 여름만 찾아오면 여지없이 고꾸라진다. 올 시즌은 조금 다를 것 같았다. 알찬 전력보강으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듯 했다. 실제로 정규리그 초반까지 ‘절대 1강’으로 군림해온 전북을 위협하며 상승세를 탔다. 전북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2차례나 지켜봐야 했던 제주는 부담스러웠던 올해 첫 전주 원정에서 4-0 승리를 맛보기도 했다.
그런데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많은 부분이 꼬였다. 지난달 31일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 2차전에서 나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핵심 베테랑 수비수 조용형을 포함한 3명이 선수자격정지, 출전정지 등의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제주는 FA컵 16강에서 수원삼성에 패했다. 3마리 토끼몰이를 하다 일주일 새 2마리가 달아나 버렸다.
유일하게 수확을 올릴 수 있는 클래식에서의 최근 행보도 굉장히 불편하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으로 인한 A매치 휴식기를 마친 뒤 치러진 원정 2연전을 전부 놓치고 말았다. 강원FC에 1-2, 울산현대에게 0-1로 무릎을 꿇었다. 2연패를 동안 전북이 빠르게 치고 나갔다. 평소 잘 웃는 제주 조성환 감독이 “솔직히 화도 나고, 속이 많이 상한다”고 한숨을 내쉴 정도로 안타까운 흐름이다.
이제 제주에게는 여유가 없다. 1경기를 덜 치렀다고는 하나 지금의 상황으로는 승점 3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정규리그 16라운드 홈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포항 스틸러스다. ‘짠물수비’를 자랑하며 상위권 팀들을 위협해온 인천 유나이티드를 3-0으로 완파해 기세가 등등하다.
그래도 제주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기대한다. 7승2무5패(승점 23), 5위는 마냥 나쁜 기록이 아니다. 8승1무6패(승점 25)로 3위에 랭크된 포항을 잡으면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나름의 희망도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며 준비한 결과, 팀 조직이 되살아났다. 공수 균형도 나아지고 있다. “홈에서는 반드시 연패를 끊겠다”는 조 감독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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