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젊은 지도자를 잃을 셈인가?

입력 2017-06-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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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전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군 “40대 제외” 목소리
홍명보 사례 반복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야

대한축구협회가 김호곤 부회장을 기술위원장으로 선임하며 본격적으로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백지상태에서 면밀히 검토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적임자를 찾겠다”고 밝혔다. 지도자 경력, 전술 활용도, 소통 능력 등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웠고,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 연령제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협회와 기술위는 일단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지휘할 지도자를 찾고 있다. 대표팀은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과 8월 31일 홈경기를 치른 뒤 한국을 승점 1점차로 바짝 추격 중인 3위 우즈베키스탄과 9월 5일 원정경기를 펼친다. 이 2경기를 잘 치러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내면 해당 지도자가 러시아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는 2경기만 치른 채 또 다시 ‘경질’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쓸 수도 있다.

그 때문인지 축구계 일각에선 40대 유망한 지도자들을 후보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축구인은 “감독 선임 작업을 할 때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상 2경기를 위한 임시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40대 유망한 감독을 선임한 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조기에 유능한 지도자 한 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 섞인 조언을 했다.

한국축구는 이미 좋은 지도자 후보 한 명을 잃었다. 협회는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 후 홍명보 감독에게 A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엄청난 비난을 받은 홍 감독은 실패한 지도자가 돼 버렸다. 여전히 홍 감독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물론 홍 감독이 실책한 부분도 있었지만, 사령탑 혼자 책임질 일은 아니었다. 홍 감독은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맡아 커다란 성과를 이루고도 월드컵 본선 참패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당시 협회는 사실상 홍 감독 뒤로 숨어버렸다.

물론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선임에선 나이보다 능력이 우선이다.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위 차원이라면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심사숙고해 차기 A대표팀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빗대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한국축구의 소중한 자산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술위가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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