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장르불문 향긋한 목소리…과연 소프라노 신델라

입력 2017-06-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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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신델라가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정통 성악발성으로 부른 올드팝, 재즈, 트로트 음악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하며 열광했다.사진제공 ㅣ 유진아

■ 소프라노 신델라 콘서트

일렉트릭·어쿠스틱 사운드 오가는 공연
이종격투기장에 뛰어든 발레리나 보는듯


목소리는 성대가 남긴 지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지문이 제각각이듯 목소리 또한 그렇다.

일요일 오후, 텅 빈 학교 복도를 걷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에 화들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살그머니 문을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소리가 있다.

소프라노 신델라의 콘서트는 늘 궁금했다.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쩐지 뽁뽁이를 겹겹이 두른 사과를 주물럭대는 것 같다.

몇 번이나 벼르다 드디어 신델라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지난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신델라의 With you’. ING생명이 주최하고 VIP지점이 주관해 마련한 자리였다. 신델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델라벨라 클래식밴드와 무대에 올랐다.

오페라 아리아, 가곡에서부터 재즈, 올드팝,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장르불문의 음악을 노래하고 있지만 신델라는 어디까지나 클래식 성악가이다. 신델라는 성악도들이 꿈의 길로 여기는 코스를 밟은 사람이다. 예원과 서울예고, 서울대에 이어 조수미가 나온 학교로 유명한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체틸리아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그는 그래서 장르불문 클래식 창법으로 부른다. 귀에 익숙한 팝송으로 콘서트의 문을 연 신델라는 “소프라노가 들려드리는 올드팝도 괜찮죠?”하며 관객을 향해 웃었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니 전쟁에 관한 노래를 한곡 들려드리고 싶다”며 부른 그리스의 국민가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는 과연 절창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슬픔(이란 게 있다면)이 마음을 흔들었다. 소프라노가 부르는 이 곡이 궁금하다면 조수미 버전이 유튜브 등에 있으니 들어보시길.

조수미 이야기가 나왔으니 살짝 옆으로 새자면, 소프라노는 목소리의 결과 표현방법 등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조수미가 화려하고 기교충만한 콜로라투라라면 신델라는 가벼운 레체로 쪽이다. 여기에 서정감을 더해 리릭 레체로 정도로 보면 될 듯.

록밴드의 강력한 일렉트릭 사운드와 바이올린, 첼로, 기타가 가세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오가며 ‘아다지오’,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베사메무초’를 부르는 신델라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이종격투기장에 뛰어든 발레리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연주 프로그램에 나와 있지 않았던 보너스 곡. 가늘고 섬세하게 흔들리는 지적인 바이브레이션이 주조한 ‘낭만에 대하여’는 도라지 위스키만큼이나 향긋했다.

신델라의 노래는 어쩐지 문을 열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해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이날 그가 유일하게 소프라노로서 자신의 본령을 드러내 보인 곡이었던 이탈리아 가곡 ‘논 티 스코르다르 디 메(나를 잊지 말아요)’가 마음에 느리게 번져왔다. 멋진 콘서트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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