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산범‘의 한 장면. 사진제공|스튜디오드림
개봉 전부터 해외 122개국 선판매
여름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춘 한국 공포영화가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다양한 장르 가운데 유독 ‘약체’로 치부된 데다 한동안 흥행의 자리마저 ‘컨저링’ 등 외화에 내준 탓에 상대적으로 위축된 한국 공포영화가 대작들의 접전이 예고된 8월에 출사표를 던진다. 8월17일 개봉하는 ‘장산범’(제작 스튜디오 드림캡쳐)이 그 관심의 작품이다.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 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2013년 ‘숨바꼭질’로 데뷔한 허정 감독이 연출하고 염정아와 박혁권, 아역 신린아가 주연했다. 공포와 스릴러를 접목한 데뷔작으로 560만 관객을 모은 허정 감독은 4년여 준비 끝에 또 한 번 자신의 특기인 미스터리를 접목한 공포영화를 내놓는다.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8월 극장가를 승부처로 삼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여름=공포영화’ 공식을 부활시킬지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 한국 공포영화가 대작이 포진하는 여름 시즌을 피해 봄과 가을로 개봉 시기를 조정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자신감이 엿보이는 도전이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여름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는 지난해 유선 주연의 ‘퇴마:무녀굴’ 한 편 뿐이다. 그마저 12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숨바꼭질’의 성공을 함께한 감독과 제작진의 두 번째 합작이란 사실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흥행한 ‘컨저링’, ‘인시디어스’ 등 인기 공포 시리즈가 대부분 감독과 제작진의 연이은 합작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또 다른 기대로 이어진다. 실제로 허 감독은 ‘숨바꼭질’ 성공 뒤 충무로의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자신을 발탁한 제작진과 함께 ‘장산범’ 작업에 몰두해왔다. 여름 극장에서 주로 만나는 화려한 대작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구성으로 스릴을 높여 관객을 공략한다.
이런 가운데 ‘장산범’은 개봉 전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122개국에 먼저 판매됐다. 보통 해외에서 유명세를 가진 감독의 대작들이 기록하는 판매 수준이다. 특히 한국영화 수출 빈도가 낮은 남미에까지 판매됐다. 배급사 NEW 관계자는 10일 “남미에서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을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며 “‘장산범’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높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