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은 초반 싸움이 무척 중요하다. 스타트에 이은 1턴 마크 경합에서 대부분 입상 순위가 결정된다. 따라서 1턴 마크 전개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적중여부가 갈린다.
하지만 올 시즌은 유독 2턴 마크에서 역전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2턴 마크 전개에 대한 분석도 1턴 마크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2턴 마크에서 역전은 대부분 하나의 패턴으로 나타난다. 선두권 선수들이 서로 견제하는 동안 안쪽(내선)을 기습적으로 파고든 선수가 강하게 밀어 붙이며 역전에 성공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일 열린 26회차 수요일 16경주. 당시 1턴 마크에서 인빠지기에 성공한 김도휘의 독주 속에 김강현과 이주영이 2, 3위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들이 2턴 마크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사이 안쪽을 배혜민과 김도환이 순간적으로 파고들며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최근 이와 비슷한 경주들이 빈번하게 나와 경주에 박진감을 더하고 있다.
올 시즌 2턴 경합이 예전에 비해 더욱 치열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경정 전문가들은 선수의 기량 상향평준화를 주요 원인중 하나로 꼽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2턴 마크 역전은 노련하고 선회력이 좋은 상위권 선수들이 즐겨 쓰던 작전이었다. 하지만 기량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제는 웬만한 선수들도 2턴 마크 역전을 노리는 작전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모터의 성능 평준화도 또다른 요인이다. 모터 성능차이가 크다면 안쪽에서 견제가 들어올 때 전속 턴으로 버텨 낼 수 있지만 최근 비슷한 성능의 모터끼리 경주에 출전하면서 버텨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으로 접어들며 전체적으로 모터의 출력이 하락하고 있어 2턴 역전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수의 심리적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스타트 경주(경주 거리 1535m), 플라잉스타트 2주회 경주(경주 거리 1200m) 비중이 높아지면서 선수들이 주의나 경고 등의 벌점 위험을 감수하면서 승부 타이밍을 빠르게 잡기 때문이다.
사실 2턴에서 안쪽을 파고드는 작전은 어느 정도 위험을 동반한다. 상황에 따라 덤프(상대방의 배를 추돌하면서 밀어내는 기술)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 경고, 등 벌점을 받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따라서 사고점이 높은 선수나 경험이 부족한 신인급 선수들로서는 구사하기 쉽지 않다.
경정 전문가들은 “2턴 마크 경합이 치열해지면서 경주의 박진감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2턴 마크 전개상황까지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꼼꼼한 분석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포츠동아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