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변신한 이동국, 결과를 알 수 없었던 선택이 영광과 환희를 가져왔다!

입력 2024-05-2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 축구선수 이동국이 27일 서울 중구 정동 한 북카페에서 열린 신간 ‘결과를 아는 선택은 없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인생은 예측불가다. 어디로 향할지 가늠할 수 없다. 동시에 매 순간이 선택이다. 그로 인한 결과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삶은 무료하다.

‘라이언 킹’ 이동국(45)이 걸어온 길이 그랬다. 평탄한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축구화를 신은 1989년부터 전북 현대에서 2020년 11월 만 41세로 유니폼을 벗기까지 30년 넘게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빈 그의 행적은 참으로 다이내믹했다.

지금도 그렇다. 선수생활 은퇴 후 3년간 뚜렷한 목표를 정하지 않고 그동안 해보고 싶은 일들을 원 없이 해왔다. 축구해설위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방송활동을 했고, 취미 삼아 유튜브 채널도 운영했다.

그렇다보니 이동국이 845경기에서 344골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유한 한국축구 최고의 골잡이였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은 ‘5남매 다둥이 아빠’, ‘대박이(막내 시안 군 별명) 아빠’부터 떠올린다.

과감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24년 5월, 이번에는 ‘작가’ 타이틀을 달았다. 마흔 인생을 되돌아보는 자전적 에세이 ‘결과를 아는 선택은 없다(272쪽·인북·1만8000원)’를 출간하면서다. 2013년에도 자서전을 냈지만, 그 때는 아무래도 현역선수로 활약하던 터라 속 깊은 이야기를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27일 서울 중구의 한 예쁜 카페에서 에세이 출간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동국은 “경쟁 없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 이것저것을 하고 지냈다”며 근황을 전했다. 작가로 나선 것은 또 다른 인생의 챕터를 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즉흥적 결정이 아니다. 그는 “은퇴를 준비할 무렵, 삶을 돌아보며 기록하고 싶었다. 조금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라고 밝혔다.

에세이는 대부분 선수 시절의 경험으로 채워졌다. 다만 “선택의 연속”이란 핵심은 빠트리지 않았다. 조금 늦은 시기에 축구를 택했고,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고졸선수로 프로(포항 스틸러스) 입단을 택한 덕분에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물론 시련이 적지 않았다. 1998프랑스월드컵 때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2002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선 탈락했다. 2006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은 아쉬움 속에 끝났다.

그 대신 늘 최선의 선택을 했다. 2007년 부상 복귀 후 한국인 역대 4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미들즈브러)에 진출했다. 1년 반의 시간은 성공적이지 않았으나,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또 한번 인생을 바꾼 선택이 있었다. 2009년 전북 입단이다.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 쫓겨나듯 밀려난 그는 거액의 연봉을 보장한 구단을 마다한 채 최강희 감독의 진심을 받아들여 녹색 유니폼을 입었다.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 10개의 우승 트로피는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이동국은 축구현장 복귀도 조심스레 준비하고 있다. 시기나 방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아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P급 지도자 라이선스 교육을 받는 한편 테크니컬 디렉터 프로그램도 이수 중이다. “결국 축구로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준비된 가운데 결정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 인생의 3막. 이동국은 언제, 어떤 선택을 할까.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