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 친구] 가수 성진우 “배드민턴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 배웠죠”

입력 2017-07-2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트로트 가수 성진우가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취미인 배드민턴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사진제공 | 성진우

■ 배드민턴에 푹 빠진 가수 성 진 우

운동도 노래도 힘 빼야 자연스러운 것처럼
선글라스 벗고 멋 버리니 사람들과 친해져
트로트 신곡 ‘하얀 미소’ 멋 대신 맛 넣었다

까만 선글라스 뒤에 가려져있던 1990년대의 성진우(47)에게선 언제나 강한 기운이 느껴지곤 했다. 데뷔와 동시에 히트를 친 ‘포기하지마’는 그의 거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에 한몫했다. 굵은 목소리에 결연한 의지를 담은 가사. 남자다움의 ‘끝판왕’이었다.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그는 요즘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모던한 디자인의 안경을 즐겨 쓴다. 부드러운 눈웃음이 매력 포인트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 멋을 내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졌다. 그의 새로운 취미인 배드민턴은 낯선 이들과 어울리는 데에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다.


● 너와 나의 연결고리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성진우는 연예계 소문난 운동마니아다. 골프 경력은 20년이 훌쩍 넘었고,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야구 명문으로 잘 알려진 부산 수영초등학교 야구부의 창단 멤버라는 화려한 이력도 지녔다. 부상으로 선수의 길을 걷지는 못했지만 그는 “추신수, 이대호가 우리 학교 후배다. 나랑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내가 12살이 많으니 대선배지”라며 수줍은 듯 은근한 자부심도 드러낸다.

성진우는 최근 배드민턴에 입문했다. 이제 겨우 6개월을 배운 새내기지만,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 하나만으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의 어울림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는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이건 정말 라켓으로 공을 치기만 하면 되니까 정말 쉽다”며 “처음엔 동호회 회원들과 어울리기가 좀 쑥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배드민턴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가 있지 않나. 서로 가르쳐주고, 음료수 하나씩 마시다보면 금방 친해진다. 또 트로트라는 장르를 하다보니 어머님들, 또래들이 많이 좋아해주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탁월한 운동신경을 타고난 성진우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올바른 자세를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 몸의 힘을 빼는 법까지.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 그는 “다들 내가 배드민턴을 잘 친다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진짜 잘 치는 분들하고 하면 1점도 못 낸다. 단식은 어차피 나 혼자 지는 거라 상관이 없지만, 복식은 실수하면 좀 미안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모든 운동은 힘을 빼야 동작이 더 자연스럽고, 파워도 나온다. 노래할 때도 마찬가지다. (둘 다) 힘을 빼야하는데 힘이 잘 안 빠져서…”라며 나름의 고민도 털어놨다.

사진제공|성진우



● 사람 냄새나는 사람

어느덧 트로트를 시작한 지 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성진우는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이 영 서툴렀다. 실수 없이 멋있게만 보이려는 무대가 많았다. 스스로도 “어렸을 때 너무 고생 없이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무대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는 “외형적으로 갖춰지고 빈틈없어 보이는 게 멋은 아니다. ‘아휴 쟤 열심히 하는데 땀이라도 닦아주고 싶다. 박수라도 한 번 더 쳐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무대가 더 멋있는 무대가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편안한 사람이 되는 것. 성진우의 바람이다. 가까운 사람들의 조언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그는 “친구들이 ‘너는 사인해달라고 하면 안 해줄 것 같고, 악수도 거절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다가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내가 봐도 무대에선 항상 정리된 모습만 보여주니 사람들이 어렵게 느낄 것 같더라. 이제는 어디서 누굴 만나든 평소의 모습대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선글라스를 벗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은 항상 멋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있다. 힘들면 힘든 대로 본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성진우는 “운동을 하다보면 사람이 힘들지 않나. 지치면 침도 흘릴 수 있는 거고, 콧물이 나올 수도 있는 거지(웃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사람들과도 많이 편해졌다. 그게 무대에도 연결이 되더라. 대중들도 너무 꾸며지고, 연출된 모습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 ‘맛있는 트로트’ 들려드릴게요

‘트로트 가수’ 성진우는 아직 히트곡이 없다. 2009년 ‘딱이야’로 트로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내가 참는다’, ‘달고 쓰고 짜고’ 등의 후속곡을 발표했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는 “내가 트로트를 하면 대박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 대신 뚝배기처럼 한 번 끓여서 제대로 우러나면 빨리 식지 않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트로트도 좋은 음악이 정말 많다. 그런데 설 무대가 없으니 힘들고, 치열하다”며 아직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트로트 시장의 현실에 아쉬워했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성진우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트로트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물음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인생’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시장 장터처럼 작은 무대에서도 노래를 한다. 그런 공간에서 한데 어우러져 같이 노래를 할 수 있는 장르는 트로트밖에 없다.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인 거다. 그래서 ‘멋’보다는 ‘맛’있게 노래를 표현할 수 있는 연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멋은 버리고, 맛을 넣겠다”고 다짐하는 성진우는 27일 신곡 ‘하얀 미소’를 발표한다. 감미로운 음색을 주 재료로 삼은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특급 요리사를 꿈꾼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