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마” 장영석을 바꾼 채태인의 한 마디

입력 2017-07-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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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1사에서 넥센 장영석이 kt 선발 피어밴드를 상대로 좌월 동점 솔로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넥센 장영석(27)의 야구인생은 파란만장했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에 2차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됐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입단 2년차에 미련이 남았던 투수로 전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이마저 실패로 끝났다. 결국 마지막이라는 심경으로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그러나 1군 벽은 여전히 높았다. 2015시즌 6경기(타율 0.125), 2016시즌 23경기(타율 0.192)만을 소화한 채 주로 2군에 머물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5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9, 12홈런, 43타점을 올렸다. 0.531이라는 높은 장타율을 기록하면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특히 채태인(35)이 옆구리 근육 파열로 출장하지 못하자 그를 대신할 장타자가 필요했던 넥센은 장영석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기대했다.

장영석은 5월 24일 고척 NC전에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대타이긴 했지만 오랜만의 1군 출장이었기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좀처럼 그의 방망이는 힘을 쓰지 못했다. 1군 복귀 후 11경기에서 때려낸 안타수는 2개에 불과했다.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그지만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불안해진 장영석의 마음을 보듬어준 이는 다름 아닌 동료, 선후배였다. 그는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주시는데 처음에 안타가 안 나와서 불안했다”며 “그때 주위에서 ‘네 할 것만 하라’고 조언해줬다. 특히 (채)태인 선배님이 ‘경기도 얼마 안 나갔는데 왜 그렇게 서두르느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주신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선배의 진심 어린 조언 덕분일까.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는 23일 고척 kt전에서 7년 만에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25일 잠실 LG전에서도 장타력을 과시하며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넥센은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와 날갯짓을 시작한 그 덕분에 순위싸움이 치열한 후반기 큰 힘을 얻게 됐다. 장영석이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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