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축구가 퍼거슨을 이기는 법

입력 2017-08-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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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인생의 낭비로 규정한 퍼거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양동현 논란에 “SNS는 인생의 낭비” 퍼거슨 또 1승
건전한 SNS 문화 이끌 ‘한국축구 칭찬 릴레이’ 제안

고등학생인 우리 집 딸아이의 일상은 SNS로 시작해 SNS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ocial Network Services의 약자인 SNS는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인데,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끼니와도 같은 그런 존재인 듯하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딸아이가 사용하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몰라도 휴대전화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키득거리다가도 갑자기 심각해지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 속에 뭔가 특별한 게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뭔가 싶어 곁눈질이라도 하려하면 질색을 한다. 심하다싶어 몇 번 나무랐지만 꿈쩍도 않는다. 중독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또래들 사이의 문화를 방해하는 것 같아 강제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 폐해를 뻔히 아는 마당에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딸아이에게 한 가지 다짐을 받았다. ‘글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말자.’

SNS는 제대로만 사용하면 굉장히 유용하다. 대중의 관심을 순식간에, 그리고 광범위하게 끌 수 있는 수단으로 SNS 만한 게 없다. 그래서 정치계나 연예계에서는 얄미울 정도로 잘 이용한다.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각종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고, 특히 선수 입장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팬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은 수단이다.

하지만 파급력이 큰 만큼 위험도 크다. 원래 글이라는 게 자신의 의도와 달리 해석돼 오해를 살 수 있고, 불안정한 감정 상태나 취중의 SNS 활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스포츠계에서 SNS의 폐해를 말할 때 늘 등장하는 인물이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다. 그는 재임시절 루니가 팬들과 SNS 상에서 논쟁을 벌이자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스포츠계에서도 SNS 관련 논란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장난삼아 혹은 의도치 않게 불거진 경우도 있고, 작심하고 저격하는 경우도 있다. 폭발력이 워낙 크다보니 논란의 당사자들이 입는 마음의 상처는 깊을 수밖에 없다.

사진|양동현 인스타그램


최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포항 양동현이 최근 자신의 SNS 계정으로 전북 조성환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논란이 됐다. 조성환이 반칙하는 사진과 함께 조롱하는 글도 남겼는데, 누가 봐도 의도가 분명하다. 글을 남긴 선수의 입장에서야 속이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SNS라는 게 단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팬은 물론이고 아무 관계없는 사람도 한마디씩 툭툭 던지고 지나가는 게 SNS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전투구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결국 SNS 상의 논란에서 승자는 없게 된다. 확대 재생산되는 논쟁으로 상처 입은 패자들뿐이다. 특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부딪치며 싸워야하는 경쟁 상대다. SNS로 한바탕 논쟁을 벌인 뒤라면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이성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겠는가.

SNS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선수들은 명심해야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대한축구협회는 이런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SNS 관련 선수들의 행동지침을 만들었다. 프로연맹의 SNS 사용법에는 ▲사소한 표현일 수 있지만 사회전반에 공론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SNS의 개인의견은 소속 구단의 입장과 동일시 될 수 있다. ▲SNS는 개인의 자유에 의해 개설되지만 일단 개설된 후에는 하나의 언론매체가 되기에 인종, 종교, 성별, 지역, 이념 등에 근거한 각종 차별적 발언, 모욕, 욕설, 비방 등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는 ‘여러분은 단순히 선수가 아닌 K리그를 대표하는 얼굴입니다’라고 강조한다. SNS 사용 전에 이런 내용만이라도 숙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지면을 빌려 SNS를 하고 있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및 구단 관계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오늘부터 상대팀 선수나 자신의 라이벌에 대해 칭찬하는 내용을 SNS에 올렸으면 한다. 일주일에 한번, 아니 한달에 한번이라도 좋다. 동료의 장점을 팬들에게 소개해보자. 머리 싸매고 찾아야하는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도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방을 칭찬하자. 그 칭찬을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선수에게 격려를 해주자. 이런 기분 좋은 코멘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 ‘한국축구 칭찬 릴레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펼쳐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한마디 칭찬이 가져올 나비효과가 선수들의 SNS 문화까지 바꿔놓을 만큼 엄청나다는 걸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한국축구의 기상도는 먹구름이다. 게다가 요즘 날씨마저 짜증스럽다. ‘칭찬 릴레이’로 분위기 전환 한번 시켜 봅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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