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현장②] 관객 품으로 한달음에♥…팬서비스는 이제훈처럼

입력 2017-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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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에 비주얼도 훌륭한데 팬서비스까지 국보급이다. 배우 이제훈이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다.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수욕장에 설치된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토크. 이제훈은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 게스트로 참석했다. 그는 공대생에서 영화배우로 데뷔하게 된 과정부터 대표작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고려대 생명정보공학과를 다니다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진학한 이제훈. 그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배우를 동경해왔다. 공대 재학 시절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봤다”며 “1~2년 정도 연기해보고 ‘내 길’이 아니면 군대 가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몇 년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라. 연기를 하면 할수록 부족한 부분이 보였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스물다섯에 학교를 다시 들어갔다”고 말했다.

2007년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을 통해 데뷔한 이제훈은 10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30여 편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했다. 대표작만 해도 양손에 차고 넘칠 만큼 소처럼 ‘열일 해온’ 배우. 이 가운데 먼저 수지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건축학개론’(2012)이 언급됐다.

이제훈은 “‘건축학개론’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작품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 출연한 배우로서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감회를 전했다. 그는 “영화에 수지와 동갑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10살 차이난다. 촬영할 때 수지가 세대 차이를 안 느끼게 하려고 친근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수지도 내 모습을 귀엽게 봐준 것 같다. 편안하게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고 현장을 떠올렸다.

이제훈은 “수지가 그때 이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성숙해졌고 아름다워졌다. 연기적으로도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기대된다”고 칭찬하면서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건축학개론’과 다른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친구 같이 티격태격하는 사랑 이야기도 좋고 서스펜스 장르에서 대결하는 설정도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올해 개봉해 큰 사랑을 받은 영화 ‘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도 빠지지 않고 다뤄졌다. ‘박열’은 일제 강점기 시대 독립투사에 대한 작품이고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문제에 접근한 작품. 사람 이제훈의 뚜렷한 소신과 배우로서의 깊이가 느껴지는 행보였다.

이제훈은 “‘박열’은 실존인물이고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 조심스러웠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컸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마음껏 표현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더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박열’을 만나고 그의 일대기와 사연을 접하면서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해 배웠다. 관객들도 이 부분을 공감하기를 바랐다. ‘아이 캔 스피크’를 선택하는데 ‘박열’이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이제훈은 “우리에게는 해결하지 못한 아픈 역사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살아계신다. 할머니들이 사과 받기 위해서는 이분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야 할 것들이 있다. 관객들이 조금이나마 공감했으면 좋겠다”면서 “할머니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는 멋진 말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제훈이 내내 진지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등장부터 애교로 무장한 이제훈은 뛰어난 입담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액션 연기를 보고 싶다”는 MC들과 관객들의 반응에 “저도 제 액션 연기 보고 싶어요~”라고 애교를 부렸다. 멘트마다 화호가 쏟아지자 “사실 내 친구들이다. 부산에 온다고 미리 불러놨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포토타임에는 방향 별로 겹치지 않게 다양한 손하트를 그리며 센스를 발휘했다.

이제훈의 팬서비스 매너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특히 돋보였다. 사소한 질문 하나까지도 경청하던 이제훈은 셀카 촬영의 기회에 직접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팬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는 경우는 있어도 배우가 무대를 벗어나는 것은 흔치 않은 상황. 이제훈은 무대에서 먼 자리까지도 한달음에 달려갔다. 경호원들은 그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뒤늦게 따라갔다. 진기한 풍경이었다. 앞서 대화만 나누고 사진 촬영을 하지 못했던 팬에게도 먼저 다가가 눈길을 끌었다. 팬들이 ‘이제훈 이제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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