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서예일. 스포츠동아DB
두산은 유격수 걱정이 없는 팀이다. 팀의 캡틴이자 국가대표 김재호(32)가 중심을 잡고 있고, 백업 자원 류지혁(23)도 올 시즌 개막부터 단 한 번도 1군에서 이탈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김재호가 부상으로 51일간 엔트리에서 빠졌을 때 류지혁이 그 자리를 메웠다. 8월 30일부터 꾸준히 1군에서 자리를 지킨 서예일은 김재호와 류지혁이 동시에 다쳤던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올해 정규시즌 22경기에 출장했다. 유격수로 나선 12경기(3선발)에서 51이닝을 소화하며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줬지만, 사실 PO 엔트리 진입 여부는 불투명했다. 다행히 올해부터 포스트시즌 엔트리 등록 인원이 기존의 28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나면서 서예일의 자리가 마련됐고, 당당히 두산의 가을야구 멤버로 우뚝 서게 됐다.
내야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는 부담이 큰 자리다.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는 필수.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두산은 9월 내내 순위싸움을 하느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에 따른 부담이 클 법한데도 서예일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는 “내게 주어진 임무는 수비다. 실책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포구에는 자신 있었다. 송구가 다소 불안했는데, 내가 잘못 던져도 1루수 (오)재일이 형이 워낙 잘 잡아주셨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더 커졌다”며 웃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두산의 유격수’는 김재호다. “야구 잘하는 선수가 맡는 포지션”이라는 서예일의 말에 유격수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는 “우리 팀 선배라서 얘기하는 게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내 롤 모델은 김재호 선배님이었다. 두산에 입단하기 전에 화면을 통해서만 보다가 실제로 뛰는 모습을 보니 상상 이상으로 멋지다”고 밝혔다. 언젠가는 지금의 김재호와 같은 위치에 설 서예일에게 첫 가을야구는 어떻게 기억될까.
잠실 | 강산 기자 pso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