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근영 “메릴 스트립처럼 당당하게, 문소리 선배처럼 멋지게”

입력 2017-10-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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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근영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10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유리정원’을 25일 내놓는다. 2월 급성구획증후군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는 “‘편안해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 급성구획증후군 이기고 영화 ‘유리정원’으로 돌아온 문근영

20대를 돌아보면 철없이 보낸 시간 많아
여행·도자기 배우기 등 사소한 약속 어겨
벌써 30세…동안 피부, 이제 듣기 좋네요
스스로 기회 찾고 행동하는 사람 될래요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가 이렇게 반가울 수 있을까.

배우 문근영(30)이 돌아왔다. 초등학생 때 연기를 시작해 경력이 상당한데다 여러 세대 대중과도 친밀한 그이지만 영화 주연은 10년 만이다. 게다가 올해 초 급성구획증후군으로 세 차례나 수술을 받고 완치해 돌아온 만큼 그의 복귀는 반갑다.

아픔을 딛고 25일 개봉하는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제작 준필름)을 내놓는 문근영은 “많이 좋아졌다. 컨디션도 회복했다”며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외모는 물론 인터뷰에서 꺼내는 말들도 한결 여유로워진 분위기다.


● “예쁘게 꾸미는 일에 관심 적어”

‘유리정원’은 보고 즐길 만한 소재의 영화는 아니다. 여러 잔상과 함께 이야기를 해석해야하는 숙제를 던지는 작품이다. 즉흥적인 재미를 원하는 관객에겐 다소 난해할 수 있지만 ‘토론하는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 문근영은 엽록체를 연구하는 과학도로, 자신이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인물이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산속 유리정원에서 자신의 실험을 계속해 나간다.

“극의 분위기가 묘했다. 내가 연기한 재연이라는 인물에 갖는 애정이 컸다. 개인적으로도, 배우로서도 흥미롭고 욕심났다. 촬영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더 지났지만 그 기억은 지금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감독님과 나눈 수많은 대화, 감독님과의 작업이 좋았다.”

영화 ‘유리정원’ 장면.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영화는 최근 막을 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먼저 공개됐다. 출연작으로 처음 영화제에 초청받은 문근영도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긴장하고 부담스러운 감정도 있었지만 뿌듯한 기분이 더 컸다”고 돌아봤다.

개막식 등 영화제에서 입은 의상으로도 그는 화제를 모았다. 속살이 살짝 비치는 의상으로 색다른 매력도 뽐냈다. 이로 인해 포털사이트에는 문근영의 이름 옆에 ‘시스루’라는 연관검색어도 뜬다. 과감한 의상이 대중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준 결과다.

“의상은 큰 의미가 없었다. 예쁘게 꾸미는 일에는 워낙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분장을 거의 하지 않고 나온다. 개의치 않는다. 지금도 사람들이 ‘동안 외모’라고 하는데, 그 말이 좋기는 하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보단 좋은 거 아닌가. 하하!”

그래도 이제 그의 나이 30대다. 순간 나이를 의식하거나 인식할 때도 있지 않을까. 질문을 받자마자 그는 “피부가 예전 같지 않을 때”라고 답하면서 인터뷰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 웃음을 안겼다.


● “아프고 난 뒤, 하고 싶은 일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

문근영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 한창이던 2월 오른쪽 팔에 급성구획증후군이 발병했다. 공연은 중단됐고 수술도 받았다. 투병 이후 ‘유리정원’을 알리는 활동에 돌입하기까지 7개월간의 휴식은 그에게 적지 않은 변화를 안겼다.

“그동안 스스로 포기하고 접어버린 일들이 있다. 정말 사소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여행가고 싶은데 이것저것 고민하다 관두고, 도자기나 스킨스쿠버를 배우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여러 가지 생각할 게 많아 스스로 접었다.”

문근영은 “사소한 일들”이라고 했지만 그가 지레 손을 뗀 많은 일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누리는 일상이다. 그만큼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 그에겐 어려운 도전일 수 있다. 혹시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배우 문근영과 신수원 감독(오른쪽)이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후회한다기보다…, 바뀌지 않는 내 성격을 워낙 잘 알고 있다.(웃음) 20대를 돌아보면 그냥 그 나이답게, 철없이 살아도 됐을 것 같다고 아주 가끔 생각한다.”

상당히 신중하게 말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을 꺼내 보일 줄 아는 문근영은 요즘 주변에서 ‘편안해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마음까지도 전부 사라진 기분이다. 예전엔 중요하게 여긴 것들도 이젠 달리 보인다.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먼지보다 못한 일이야’라는 말이다. 우주에서 우릴 보면 그렇지 않을까.”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을 꼽아달라고 하니, 고민 끝에 “엄마”라고 답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연예계에 기부문화를 정착시킨 일등공신은 문근영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자신의 출연료를 내놓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공무원이던 부모의 영향이 컸다.

“몰랐는데, 엄마와 내 성향이 거의 비슷하다.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해 엄마와 떨어져 지내다가 요즘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알게 된 사실이다. 내 성격이라고 여긴 상당 부분이 거의 엄마의 성격이더라. 새삼 놀라고 있다.(웃음)”

보여줄 모습이 더 많은 문근영은 ‘미래’를 이야기하던 도중 여배우 메릴 스트립과 문소리의 이름을 꺼냈다.

“메릴 스트립은 늘 당당하다. 어떤 역할이든, 어떤 작품이든 해낼 것 같다. 얼마 전 문소리 선배님이 영화 연출한 걸 보고 ‘멋있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반성도 했다. 나는 주어진 대로만 하려고 한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찾아가고, 고민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기회와 가능성을 스스로 넓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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