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패자’ 이미지 떨어낸 삼성, 왜 강민호 데려갔나?

입력 2017-1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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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21일 강민호와 4년 총액 80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투타의 핵심인 차우찬(LG)과 최형우(KIA)를 모두 뺏기며 전력손실을 입었던 삼성 입장에선 FA 시장 패자라는 이미지를 떨쳐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최근 수 년 사이에 날아든 프리에이전트(FA) 소식 중 가장 충격적인 뉴스가 대구에서 나왔다. 삼성이 21일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포수 강민호(30)를 4년 8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40억 원)에 붙잡으며 FA 시장을 일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강민호는 롯데 측으로부터 동일한 금액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선택은 사자군단이었다.

삼성의 강민호 영입은 그야말로 깜짝 반전이었다. 삼성은 이번 FA 시장이 열린 이후 대어급 외야 자원들을 염두에 뒀다고 알려져 있다. 뜬소문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전력강화를 바라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꽤나 솔깃한 소식이었다. 의외의 ‘큰 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렸다. 삼성으로선 부담이 이중삼중이었다. 흔들릴 여지가 많았지만 ‘정중동’의 자세를 잃지는 않았다. 그리고 단 한순간에 자신들의 전략을 실행했다. 강민호 영입 이후 삼성이 털어 놓은 FA시장 전략은 ‘센터라인 강화’였다.

삼성 홍준학 단장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문에 혼란이 많았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지금 FA시장에 나온 외야자원들이 얼마나 훌륭한 선수들인가. 누구나 탐을 낼만한 자원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최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우리는 중심타선에서 한방을 쳐줄만한 자원을 영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민호. 스포츠동아DB


홍 단장은 “강민호는 롯데의 상징적인 선수였다.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접촉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영입과정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대구로 오겠다고 하더라. 바로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20일 오후 4시 30분쯤 만났는데, 자정이 넘어서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전했다.

삼성의 이번 FA 영입은 팀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다. 삼성은 지난해 투타 핵심이었던 차우찬(LG)과 최형우(KIA)를 동시에 잃었다. 치열한 돈 싸움 속에서 지나치게 ‘순진’했던 결과는 전력 손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2017년 강민호의 연봉이 10억원이라 최대 30억 원까지 이를 수 있는 이적 보상금까지 감수하며 FA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구단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옵션도 계약에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모양새다. 강민호는 활약에 따라 ‘플러스 알파’까지 챙길 수 있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이 이제 FA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홍 단장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향후 FA시장 동향을 좀 더 면밀히 살피겠다. 이번 영입으로 우리가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FA 시장에서 ‘패자’로 낙인찍혔던 삼성은 올해 순식간에 FA 시장의 ‘승자’로 변신하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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