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위기’ 넘긴 대한항공, 내려놓음의 반전

입력 2017-1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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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2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우리카드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의외로 많은 말을 전했다. 우승후보라는 예상에 걸맞지 않은 현 상황을 견디는 심경을 밝힌 것이다.

박 감독은 “이럴 때일수록 훈련량을 줄인다. 상황을 더 무겁게 만드는 말도 아낀다. 선수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감독이 답을 찾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전술적 부분이라면 차라리 쉽다. 마음의 문제, 곧 스트레스에 선수단 전체가 짓눌려 있기에 상황이 복잡하다. 역설적이게도 대한항공의 어려움은 승리가 약이다. 원인이 해결되어야 결과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나오면 원인은 자연 치유되는 순서다. 일단 이겨야 실타래가 풀리기에 더 난해했다.

24일 우리카드전에 나타난 대한항공 선수단은 자못 비장했다. 세터 한선수를 제외하면 머리 염색을 했던 선수가 사라졌다. 정지석, 조재영 등은 헤어밴드를 풀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만약 오늘도 지면 삭발하는 선수도 나올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한항공 정지석. 사진제공|대한항공


박 감독은 곽승석과 정지석을 선발 레프트로 투입했다. “수비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실책을 줄이겠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1세트 0-5까지 밀렸다. 박 감독은 이례적으로 0-3에서 첫 번째 작전타임을 썼다. 그리고 세터 한선수를 뺐다. 황승빈이 대신 들어갔다.

절망적이었던 흐름은 중반 이후 변했다. 대한항공 블로킹은 우리카드 레프트 최홍석을 틀어막았다. 외국인선수 가스파리니는 V리그 역사상 최초로 1세트에서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공격 3점 이상)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5점 차 열세를 딛고 1세트를 28-26으로 역전했다. 마지막 28점은 가스파리니의 서브 점수로 나왔다. 가스파리니의 해결사 능력이 되살아나자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세트스코어 3-0(28-26 26-24 25-20)으로 승리했다. 2연패를 끊고 승점 16(5승6패)이 됐다.

박 감독은 경기 후 “나부터 바꾸려 했다”고 말했다. 일부러 심판 판정에 격한 제스처도 취했다. 선수들을 집중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한숨 돌린 대한항공은 다음주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만난다. 고비에서 대한항공은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장충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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