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울산, 전북의 투자 소식이 반가운 이유

입력 2017-12-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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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박주호-김성주(오른쪽). 사진제공|울산 현대

이제 2017년이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돌이켜보면 올 한해도 한국축구는 다사다난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국가대표팀이 겪은 진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선수, 감독, 협회 모두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또 다른 아픔도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당한 K리그의 수모다.

서울, 수원, 울산, 제주 등 4팀이 출전한 2017년 ACL은 초반부터 불길했다. 서울과 수원, 울산은 제대로 힘 한번 못 쓰고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토너먼트에 오른 유일한 팀은 제주뿐이다. 하지만 제주도 16강에서 우라와 레즈(일본)에 졌다. 조별리그 참가팀이 32개로 확대된 2009년 이후 K리그가 단 한 팀도 8강에 오르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충격은 컸다.

K리그는 2009년 이후 ACL에서 4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했다. 성적 덕분에 아시아의 중심이라 자부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자부심도 드러내기 곤란하다. 리그 규모가 작은데다 성적까지 뒤처졌으니 말이다.

K리그 몰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빈약한 투자다. 최근 몇 년간 전북 이외에는 이렇다할 투자를 한 구단이 없다. 경제 한파에 따른 모기업의 재채기에 구단은 감기몸살을 앓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는 수준급 외국인 선수 영입에 한계를 드러냈고, 기존의 주전급 선수를 다른 리그에 빼앗기는 악순환이 됐다.

K리그의 하향 평준화는 어쩌면 당연했다.

반면 우리의 라이벌인 중국이나 일본 구단들은 달랐다.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중국 슈퍼리그는 무력시위라도 하듯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거물급 선수들을 마구 영입했다. 이는 성적으로 연결됐다. 일본 J리그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장기플랜이 가능하다. 올해 우라와 레즈가 10년 만에 ACL 정상에 오르며 이를 증명해보였다.

전북 송범근-손준호(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전북 현대


K리그 구단의 각성을 외치지만 사실 뾰족한 정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구단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게 개척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밑그림을 치밀하게 그려야한다는 점이다.

단기 및 장기플랜의 구분이 필요한데, 단기적으로는 어쨌거나 구단의 투자의지가 선행되어야한다. 연맹 차원의 지원이나 팬들의 관심도 뒷받침되어야한다. 장기적으로는 화수분 축구를 위해 유소년 육성정책을 강화해야한다. 자생력을 위한 수익구조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 모든 게 맞물리면서 돌아가야만 K리그의 규모와 질적인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제 한 달 뒤면 2018년의 ACL이 시작된다. 수원이 내년 1월30일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아시아 클럽들의 쟁탈전은 막이 오른다.

FA컵 우승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울산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선수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대어급 박주호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데려왔고, 일본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 출신의 미드필더 김성주와 계약했다. 중국 슈퍼리그의 황일수(옌볜) 영입도 점쳐진다. 이외에도 몇몇 정상급 선수 영입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구단의 의지가 강하면 팬들의 관심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내년엔 울산의 성적에 주목해도 좋을 듯싶다.

2016년 ACL 우승팀 전북은 절치부심이다. 최강희 감독은 “K리그가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며 ACL 정상 복귀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 도움왕 출신의 포항 손준호 영입을 시작으로 ACL에 대비한 전력 강화를 본격적으로 해나간다는 소식이다.

울산과 전북이 기대되는 이유는 구단과 선수단의 일치된 목표의식 때문이다. 우승을 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모양새가 듬직하다.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다른 구단들도 물밑에서 애를 쓰고 있으리라 믿는다. 아무튼 2018년 ACL은 K리그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무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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