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는 앞뒤 돌아보지 않고 치열하게 살다보니 ‘까칠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람의 소중함은 항상 잘 알고 있던 강동원. 그는 한 번 맺은 인연은 10년 이상 이어진다고 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일본 원작소설 보고 영화화 직접 제안
“내 안에 비슷한 면 꺼냈어요…저 착해요
뇌구조엔 50%가 영화…그 다음은 시사”
강동원(37)을 만났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이 배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와 자신감을 채워가는 듯했다. 이젠 주변을 둘러보는 넓은 시야도 확보했고, 앞날을 직접 설계하는 추진력도 장착했다. 강동원은 영화 이야기는 물론 개인의 상황을 풀어내는 데도 막힘이 없었다.
“지금 나의 위치? 글쎄.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을 끌어올 만한 위치는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엄청난 자본은 아니다. 딱 ‘골든슬럼버’를 만들 정도다.”
14일 개봉한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는 원작인 일본소설과 영화를 본 강동원이 2010년 영화화를 제안하면서 시작된 작품이다. 대통령 후보 암살 누명을 쓴 평범하고 착한 청년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강동원은 “소시민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 끝내 진실을 밝혀내 성공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길에서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한 인물은 강동원과 어울리지 않을 거란 선입견이 있다. ‘골든슬럼버’는 이를 깨는 작품. 순박한 청년을 연기한 그는 “내 안에 있는 비슷한 면을 잘 살려보려 했다”며 “착해요, 저”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데뷔부터 좌우명은 ‘남에게 상처주지 말자’였다. 지금도 손해보고 살면 어떠냐는 말을 자주 한다. 20대 땐 치열하게 살다보니 앞뒤 돌아볼 겨를이 없었고, 그래서 까칠했다. 일도 해야 하고 나도 살아야 하니까. 경험이 조금씩 쌓인 지금은 다르다.”
영화 ‘골든슬럼버’에서의 강동원.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람’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
“20대 땐 고민이 많았지만 나눌 친구가 없었다. 99학번인데 99년도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으니까. 한창 일하고 고민하는데 친구들은 학교 다니니까 공유가 잘 안 됐다. 얘들이 취직하고 나니 얘기가 통하기 시작했다.(웃음) 속상한 일, 고민을 나눌 친구는 정말 중요하다.”
공대 출신 강동원은 대학 동기들과 모바일 메신저에 대화방을 마련해놓고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 “나이 드니 애들이 점차 꼰대처럼 돼 가는 것 같다”며 흉도 본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꼭 만나는 ‘절친’은 가수 주형진. 고등학교 동창이다. 강동원은 “내 모든 걸 알고 있는 친구라서 걔가 입을 열만 큰일 난다”고 했다.
강동원은 어떤 말이든 솔직하게 꺼내지만 남이 듣기 좋은 살가운 말을 하는 법은 좀처럼 없다. 배우 김의성은 그런 강동원을 두고 “연예인다운 밝음이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래도 한 번 인연을 맺으면 10년은 훌쩍이다. ‘골든슬럼버’의 제작사인 영화사 집과 ‘마스터’, ‘검은 사제들’ 등 무려 7편을 함께해왔다.
“믿을 수 있는 창작을 하는 영화사이다. 제작자인 이유진 대표님과 친한 관계이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웃음). 알고 지낸 10년간 둘이 따로 밥 먹은 건 딱 한 번이다.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지. 나에겐 영화계의 큰 누나 같은 분이다. 하하!”
강동원은 3월 유럽으로 향해 ‘LA 쓰나미’ 촬영에 나선다. 할리우드 활동의 시작이다. 영화는 LA에 닥친 쓰나미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 강동원은 “수족관에서 일하는 서퍼 역할을 맡았다”며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멋진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영화 ‘골든슬럼버’의 강동원.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머리에 온통 영화뿐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강동원의 뇌구조를 그린다면 뭐가 있느냐고 물으니 “영화는 50% 정도? 다방면에 관심이 있어 많은 게 뇌에 있다. 그중 시사 문제가 크다. 균형 잡힌 시선을 가져야 하니까 여러 사회 공부를 한다”고 했다.
영화 기획과 제작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시나리오도 쓴다.
“휴먼도 있고, 공대 출신이라 SF장르에도 관심이 있다. 멜로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주변에 보여주니 반응이 참…. 이렇게 사랑을 모르냐고 하더라. 하하! 냉소적이고 염세적이라고.”
이 대목에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사랑을 모르냐’고.
“하하하! 내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들었겠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영화로 생각하고 썼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