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루머→조사받겠다”…‘성추행 의혹’ 조민기 입장 변화 (전문)

입력 2018-02-21 15: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루머→조사받겠다”…‘성추행 의혹’ 조민기 입장 변화

‘여대생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배우 조민기가 청주대학교(이하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직(부교수)에서 사임한 가운데 그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수사기관이 조사를 시작한다.

앞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의 작성자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연예인 ㅈㅁㄱ 씨가 몇년간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교수직을 박탈 당했다”며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 당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적었다. 이후 이 글은 삭제됐지만, 조민기가 교수직에서 사임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곧 ‘조민기 성추문’으로 확대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먼저 학교 측은 조민기의 성추문을 직·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청주대 한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조민기가 성추행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학교에서 조사를 시작했고 그 결과에 따라 최근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조민기가 사표를 냈다. 그의 사표는 28일자로 수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성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다. 그런 판단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중징계를 한거다”라고 이야기했다.

반대로 조민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성추행 의혹은 루머라는 것. 그는 인터류를 통해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고 말했다. 또 접촉은 있었지만 격려차원이었다고. 조민기는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주장했다.

또 소속사를 통해서도 학교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조민기의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화된 내용 및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는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다.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초부터 학교 내에 조민기에 대한 확인 안 된 구설이 떠돌기 시작했으나, 피해자도 없이 떠도는 소문이라 처음에는 깊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관련 내용이 익명 신문고를 통해 대학 측에 알려지게 됐고, 불특정 세력으로부터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조민기는 결백을 밝히기 위해 법적 조치 진행 여부도 생각하였으나, 가장 먼저 이로 인해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과 상대방이 학생이라는 점을 고민하여 최대한 대학 측에서 진상규명을 해주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선배로서, 또 교수로서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추문에 휩싸인 것 자체에 회의감과 자책감을 느껴 바로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대학 측에서 진상규명 후에 수리가 가능하다고 보류하다 이후로도 신문고 내용의 피해자와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 현재는 사표가 수리된 상황이다. 위와 관련된 학교 측의 조사 중, 수업 중 사용한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대학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은 조민기는 도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일 뿐, 보도된 학교측의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는 사실이 아니며 이러한 학교측의 입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소속사는 “이미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하고자 책임을 지고 강단에서 내려온 조민기에게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 의도적인 악성 루머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양산한다면 한 가족의 가장에게, 또한 한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고자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양측의 입장은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새국면을 맞았다. 연극배우로 알려진 송하늘 씨가 SNS 계정을 통해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 송하늘은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나와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학교 선·후배가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 나는 격려와 추행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다. 나와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 나서기 너무 두려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지만 이 논란이 잠잠해지면 어디에선가 또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처럼 두려워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글을 적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워크샵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 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셨다. ‘안 가면 되지 않느냐’, ‘피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만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전화를 하거나, 선배를 통해 연락을 하거나, 함께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왔기에 결국은 그 자리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혼자 그 자리에 가지 않기 위해 학우들에게 연락해 동행하곤 했다. 친구와 같이 그 자리에 가는 것, 혼자 가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송하늘의 폭로 외에도 학교게시판 등에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조민기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민기의 소속사는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은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 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공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현재 수사당국은 청주대와 조민기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다음은 조민기 측이 21일 발표한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윌엔터테인먼트입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배우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배우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입니다. 또한,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은 하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 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 측이 21일 발표한 공식입장 전문>

OCN <작은 신의 아이들> 첫 방송 일정이 변경되어 안내 말씀 드립니다.

OCN은 오는 2월 24일(토)로 예정되었던 <작은 신의 아이들> 첫방송 일정을 전략적 편성을 위해 일주일 뒤인 3월 3일(토) 밤 10시 20분으로 조정했습니다. 3월 첫 주에 보다 많은 시청자 분들이 즐기실 수 있을 거라 판단해 첫 방송을 한 주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작은 신의 아이들' 첫 방송은 3월 3일(토) 밤 10시 20분으로 변경되었음을 안내 드립니다. 많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제작발표회는 변동 없이 오늘 21일(수) 오후 2시 영등포 타임스퀘어 5층 아모리스홀에서 진행됩니다. 오늘 제작발표회에는 기존 안내해 드린 것과 같이 배우 강지환, 김옥빈, 심희섭, 이엘리야와 연출을 맡은 강신효 감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송하늘이 20일 밤 게재한 SNS 전문>

저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이제 막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 배우입니다.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와 저의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닙니다. 저는 격려와 추행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닙니다.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습니다. 나서기 너무 두려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지만 이 논란이 잠잠해지면 어디에선가 또 제 2, 제 3의 피해자가 저처럼 두려워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글을 적겠습니다.

2013년,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선배들은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학과 내에서 조민기 교수의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거든요. 예술대학에서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습니다. 연예인이자 성공한 배우인 그 사람은 예술대 캠퍼스의 왕이었으니까요.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습니다. 워크샵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 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셨습니다. 안 가면 되지 않느냐, 피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습니다만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전화를 하거나, 선배를 통해 연락을 하거나, 함께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왔기에 결국은 그 자리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그 자리에 가지 않기 위해 학우들에게 연락해 동행하곤 했습니다. 친구와 같이 그 자리에 가는 것, 혼자 가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한번은 친구와 저 단 둘이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는 여기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조민기 교수는 끝까지 만류했고 씻고 나오라며 갈아입을 옷을 꺼내주고 칫솔까지 새 것으로 꺼내주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화장실 안에서 어쩔줄 몰랐습니다. 혹시나 우리가 얘기하는 소리가 밖으로 들릴까봐 물을 세게 틀어놓고요.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할지 몰랐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조민기 교수는 저희 둘을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 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눕혀진 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이거 비싼거야”라며 제 얼굴에 로션을 발랐습니다. 무력감이 들었습니다. 힘으로 버텨도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은 저와 제 친구 사이에 몸을 우겨넣고 누웠습니다. 팔을 쓰다듬기도 하고 돌아누워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옆구리에 손을 걸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밤새 뜬 눈으로 조민기 교수가 잠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그 사람이 깰까봐 숨도 죽여가면서요. 그렇게 버티다 해가 뜰 때 쯤 저와 제 친구는 몰래 오피스텔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갔고, 그날은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당시 제 남자친구와 함께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로 불려갔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술이 약해 그 자리에서 먼저 잠이 들었고 저는 혼자 그 상황을 버텨야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원망스러웠고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무서웠지만 그 어디에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이어 조민기 교수는 남자친구와의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00이랑 섹스 어떻게 하냐", "00이랑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냐"는 등의 성적인 질문들을 농담이라는 식으로 쏟아냈고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러웠지만 웃음으로 어물쩡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하지 말자. 무조건 버티자는 생각에 무릎을 꼬집어 가며 견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조민기 교수가 취해 침대로 가기에 이때다 싶어 남자친구를 흔들어 깨웠는데 많이 취한 남자친구가 쉽게 일어나지 않자 저를 침대 곁으로 부르더니 홱 가슴을 만지더군요. 제가 당황해서 몸을 빼자 "생각보다 작다"며 웃어넘기려 했고 수치스럽고 불쾌하고 창피해서 어지럽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나서 자는 남자친구를 억지로 깨워 들쳐 메고는 도망치듯이 오피스텔을 나왔습니다. 다음날 학교에서 마주친 조민기 교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를 대하더군요. 전날 밤의 성추행범은 온 데 간 데 없이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수차례 다른 선배들과 함께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갔었습니다. 조 교수는 모두가 술이 취할 때까지 계속해서 술을 가져와 먹였고 결국 술에 잔뜩 취한 여자 선배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선배를 들쳐 안고 침대에 눕히고는 나머지 애들은 다 가도 좋다고, 얘는 여기서 재울테니 너희들끼리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선배를 억지로 깨워 데리고 나갔고, 그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조민기 교수를 마주치면 저를 은근히 무시하거나 눈치를 주었습니다.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저에게 면박이나 창피를 주는 일도 잦았습니다.

팀 회식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고 얼굴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하거나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습니다.
2014년 1학기, 노래방으로 팀 회식을 갔던 날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조민기 교수는 “노래방 끝나고 격려차원에서 안아준 것뿐이다.” 라고 하셨지요. 1차에서 거나하게 취해 흥이 오른 조민기 교수가 앉아있는 여학생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슴을 만지는 등의 신체 접촉이 이루어졌습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있던 여학생의 다리를 갑자기 번쩍 들어 올려 상의가 뒤집어져 속옷이 다 보이기도 했고 한 여학생을 벽으로 밀어놓고 후배위 자세를 취한 채 리듬을 타기도 했습니다. 밀폐된 노래방 안에서 벌어진 숨 막히는 그 상황을 저희 힘으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스물 하나, 많아야 스물 둘인 여자아이들이었습니다. 저희끼리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다고 판단해 화장실을 가는 척 하고 학과 선배에게 연락했고 선배가 오고 나서야 자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겨우 노래방을 빠져나와서 다 같이 취한 조민기 교수를 배웅하려 죽 서있는데 인사를 하던 중 저에게 다가와 얼굴을 붙잡고 입술에 뽀뽀를 했습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공연 연습 과정에서 "너는 이 장면에서 이만큼 업이 되어야 하는데 흥분을 못하니 돼지 발정제를 먹여야 겠다.", "너는 가슴이 작아 이 배역을 하기에 무리가 있으니 뽕을 좀 채워 넣어라", "왜 그렇게 기운이 없냐, 어제 00이랑 한판 했냐" 등의 성적인 농담을 모든 팀원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학과 MT때는 맘에 드는 몇 명만 자신의 숙소로 불러내어 음담패설을 하며 밤을 새웠습니다. 전 학년이 둘러 앉아있는 자리에서 CC인 여학생들을 지목하며 “얘는 00이랑 섹스했대”,“너는 CC를 몇 번 했으니까 00이랑도 자고 00이랑도 잔거야?”하며 수치심을 주기도 했었구요.

이 일들 뿐만 아니라 입에 담지 못하는 일들과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다 적지 못하는 일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수차례 주위에 상담을 했지만 그러게 그 자리에는 왜 갔느냐, 왜 가만히 있었느냐 하는 물음과 질책뿐이었습니다. 교내에서 조 교수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소위 질투를 받을만한 일이었고 유난히 조 교수에게 자주 불려갔던 여학생들은 꽃뱀 취급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저와 다른 피해자들은 소문이 잘 못 날 게 두려워서 입을 다물어야만 했습니다. 그냥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었습니다. 나는,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으니까요. "네 몸은 네가 잘 간수해라", "그러니까 네가 조심해라" 라는 충고들이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리에서 뿌리치지 못한 내 탓이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고 이후에 그런 상황에 놓일 때는 전보다 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냥 합리화했습니다. 어리고, 빽도 없고, 우유부단하기까지 한 내가 잘못이다. 그러니까 ‘다 내 탓이다.’ 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겪은 이 모든 일들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함께 두려워하고 고통 받았던 수많은 친구, 선후배들의 잘못도 아니고요. 피해자를 스스로 숨게 만들어 가해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지금 제가 속한 세계에서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꿈이,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약점이 됩니다. 저 이전의 수많은 선배들과, 이후의 수많은 후배들이 꾹꾹 참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고통 속에 참고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연기 못하게 될까봐, 잘못 찍히면 다시는 이 세계에 발붙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요. 혹은 아예 꿈을 포기해버리는 일도 더러 있었지요. 꿈을 키우고 실력을 갈고 닦을 터전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이 성폭력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잘못입니다.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이 있을 것임을 알고도 나서서 행동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나의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었듯이, 나도 그들에게 ‘조심하라’는 말 밖에 해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합니다. 부디 다시는 어떤 학교에서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데 이용한 괴물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일과 관련해 많은 언론사에서 저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제가 피해자라는 사실은 잊었는지 계속해서 더 자극적인 증언만을 이끌어내려는 기자분들의 태도가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무엇을 위한 취재이고 누구를 위한 언론인지요. 언론 또한 피해자를 또 다시 숨게 만드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조민기 측이 20일 발표한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윌엔터테인먼트입니다.

금일 오전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관련 공식입장 전달드립니다.

먼저, 기사화된 내용 및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는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입니다. 또한,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 해 초부터 학교 내에 조민기에 대한 확인 안 된 구설이 떠돌기 시작했으나, 피해자도 없이 떠도는 소문이라 처음에는 깊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이후 관련 내용이 익명 신문고를 통해 대학 측에 알려지게 되었고, 불특정 세력으로부터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조민기는 결백을 밝히기 위해 법적 조치 진행 여부도 생각하였으나, 가장 먼저 이로 인해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과 상대방이 학생이라는 점을 고민하여 최대한 대학 측에서 진상규명을 해주기를 요청 하였습니다.

동시에 대학 선배로서, 또 교수로서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추문에 휩싸인 것 자체에 회의감과 자책감을 느껴 바로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대학 측에서 진상규명 후에 수리가 가능하다고 보류하다 이후로도 신문고 내용의 피해자와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 현재는 사표가 수리된 상황입니다.

위와 관련된 학교 측의 조사 중, 수업 중 사용한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대학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은 조민기는 도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일 뿐, 보도된 학교측의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는 사실이 아니며 이러한 학교측의 입장에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이미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하고자 책임을 지고 강단에서 내려온 조민기에게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 의도적인 악성 루머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양산한다면 한 가족의 가장에게, 또한 한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를 하고자 합니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