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돌아갈 시간…올림피언들의 별별 본업

입력 2018-0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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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이라 나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림픽은 체육인들에게 꿈의 무대다. 그러나 꿈의 이면엔 피할 수 없는 현실도 있다. 하계올림픽보다 비인기 종목이 많은 동계스포츠 선수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후원조차 받기 어려운 까닭이다. 때문에 생계를 위해 선수가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직업을 가진 이들도 여럿 있다. 어느덧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는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다. 현실로 돌아갈 때다.

가나의 유일한 대표로 평창 무대를 밟은 남자 스켈레톤의 아콰시 프림퐁은 진공청소기 외판원이 본 직업이다. 그간 온갖 방법으로 수차례 올림픽의 문을 두드렸던 그는 청소기를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평창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재정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의 사정을 전해들은 한국인 사업가의 도움을 받아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참가했다. 세계랭킹 99위인 그는 비록 1~3차 주행에서 최하위인 30위를 기록해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지만, 특유의 미소는 잃지 않았다. 2022베이징올림픽을 바라보며 자신과의 도전을 이어가는 그는 곧 아빠이자 남편, 외판원으로 돌아간다.

아콰시 프림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고다이라 나오 역시 별도의 직업이 있다. 일본 아이자와 병원의 스포츠 장애예방치료센터 직원이다. 재활훈련으로 맺어진 인연인데, 2009년 스폰서기업을 구하지 못한 무명 고다이라를 이 병원에서 직접 채용해 후원을 이어왔다. 대회 출전 시엔 수행직원을 붙여주고,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지원하는 등 특급 대우를 보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고다이라는 사실 ‘장기 출장’ 중인 병원 직원의 신분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에 맞춰 수려한 아이스댄스 연기를 선보인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도 대회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겜린은 그간 얼음 위에서 어린 아이들의 스케이팅을 가르쳐왔다. 특별한 후원사가 없는 민유라 역시 미국에선 본인이 좋아하는 강아지를 돌봐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유라-겜린 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또다른 한국 선수단의 스피드스케이팅 박승희는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디자이너로의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그는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남다른 패션감각을 선보이며 디자인에 관심을 드러냈는데, 디자인 전문 학원에 등록해 강의를 수강하는 등 본격적으로 전업에 돌입한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의 꿈”이라는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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