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②] 아웅다웅 진흙탕싸움…‘미투 운동’의 미꾸라지는 누군가

입력 2018-03-31 0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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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의 추악한 모습을 양지로 드러나게 한 ‘미투 운동’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수십 년간 감춰왔던 상처를 말할 수 있게 됐고 대중들은 귀를 열어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 ‘미투 운동’이 과열된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사람들의 인상이 찡그려지기도 했다. 이번 기회로 바른 사회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무렵,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기도 해 부정적인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 “나를 강간” vs “좋은 감정”…김흥국, 치열한 공방전

가수 김흥국의 성폭행 여부가 그 예다. 14일 여성 A씨가 2년 전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지인과 함께 사석에서 알게 된 김흥국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것. 이에 김흥국 측은 “성폭행이나 성추행도 없었다”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A씨가 잘못된 남녀 관계 문제로 법적 소송이 걸려있는 소송 비용으로 1억 5천만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라며 “의도적인 접근임을 눈치채 이후로 연락을 받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A씨는 20일 MBN ‘뉴스8’을 통해 김흥국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좋은 감정으로 한 잔 먹다 보니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김흥국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또 A씨는 “사과를 안 해서 홧김에 돈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돈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사과를 했더라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억 5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던 것도 금시초문이라며 부정했다.
이날 김흥국은 A씨를 상대로 2억원 지급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며 26일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맞고소하며 수사기관의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일반인 남성들로부터 혼인빙자 사기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 소셜미디어로 설전…곽도원 대표 vs 이윤택 고소인단 변호인

한 쪽에서는 소셜미디어로 설전을 벌인 적도 있었다. 배우 곽도원 소속사 대표 임사라 변호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희단거리패 후배이자 이윤택 연출가 고소인단 중 4명이 곽도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라고 주장하며 “‘꽃뱀’의 촉이 왔다”라고 저격했다.

이에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임사라 대표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연희단 거리패 출신 연기자들도 SNS를 통해 즉각 반발하며 “우리는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 단지 후배로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났을 뿐이다”라며 “오히려 임사라 변호사가 ‘돈을 어떻게 주길 바라냐’고 물어봤다. 이후 우리는 임사라 변호사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우리를 모욕했다”라고 밝혔다.

27일 임사라 대표는 “곽도원과 고소인단이 만나기 전날에 통화했던 내용을 녹취했다. 녹취록에는 협박하는 내용, 돈 요구한 내용이 들어있다. 변호인단에 26일 전달했고 반응이 없으면 통화내용을 공개해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임사라 대표는 “곽도원을 위해 고소할 마음은 없다”라고 전했다.

이후에는 곽도원까지 나서 화를 키웠다. 곽도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의 말을 쓰면서 진실을 밝히자며 “1억을 걸겠다”라고 말한 것. 이에 박훈 변호사도 질수 없다는 듯 “10억을 걸겠다”라고 글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공동변호인단은 곽도원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 임사라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다고 29일 밝혔다.

● 누가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가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했던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아는가.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그 소년을 도와주지 않았다. 좀 더 바른 사회를 만들고자 일어난 ‘미투 운동’에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발뺌을 하고 있어 이 운동 자체가 ‘양치기 소년’이 될 지도 모르는 위기에 빠졌다.

“누가 피해를 당했다”라는 첫 보도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한 순간에 화두가 돼 큰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자신의 주장으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때 김이 빠지는 것도 단 한 순간이다. 누가 거짓말쟁이이든 말이다. 이런 식으로 ‘미투 운동’이라 운운하는 진실 공방전이 이뤄진다면 대중들은 금방 고개를 돌려버릴 것이다. 양치기 소년을 외면했던 이웃들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눈과 귀를 열어놔야 한다. 이에 과열된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이 ‘냄비’처럼 차갑게 식어버리지 않기 위해선 다시금 본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악용하고자 하는 사람을 막기위해 강렬한 법적 체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문화계에는 ‘미투 운동’이 필요하다. 아직도 용기내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해, 그리고 추후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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