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등장곡 사라진 야구장 풍경

입력 2018-05-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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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음악 저작권 소송으로 선수 등장곡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두산 김민혁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일 KT와 두산의 5월 첫 번째 맞대결이 열린 잠실구장. 올 시즌에도 계속되는 야구의 인기를 실감하듯 이른 시간부터 많은 관중이 몰렸다. 구름이 잔뜩 낀 궂은 날씨에도 팬들의 뜨거운 열정은 식지 않았다.

시작 시간인 오후 6시 30분까지 경기를 위한 준비 과정은 이전과 똑같이 진행됐다. 다양한 먹거리를 들고 자리하는 관중, 국민의례, 시구 등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야구장에는 조그만 변화가 생겼다. 바로 순간의 ‘고요함’이었다.

4월까지는 볼 수 없었던 ‘고요함’이 홈 팀 두산의 1회말 공격 때 등장했다. 두산의 1번타자는 최주환. 4월까지만 해도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장내에 울려 퍼졌던 등장곡이 모습을 감췄다. 야구장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자 팬들의 흥을 띄우는 장치로 여겨졌던 선수들의 등장곡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유는 1일부터 시행된 ‘KBO와 10개 구단의 저작 인격권 관련 법적 공동대응’ 때문이다. KBO와 10개 구단은 “최근 일부 원작자들이 구단들에 제기한 응원가 사용 ‘저작 인격권’ 관련 소송과 관련해 KBO리그 야구팬들이 느끼는 응원의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 함께 대처하기로 했다. 선수 등장곡 사용을 5월 1일부터 전면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서자 야구팬들이 응원곡 없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번 이슈의 핵심은 바로 ‘저작 인격권’이다. 음원을 응원을 위해 일부 잘라 사용하고, 편집 및 개사하는 것에 대해 일부 원작자가 법적 소송을 낸 것이다. 2016년부터 이어진 이슈로 일부 원작자들은 “단순 음원 사용이 아닌 개사 또는 원곡의 일부분을 사용하는 등의 음원 편집이 이루어지면, 저작권과는 별개로 ‘저작 인격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 10개 구단과 끊임없는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KBO와 10개 구단은 등장곡 전면 사용 중단이라는 파격적인 조치로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KBO 관계자는 “야구관람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상업적 목적으로 응원가와 등장곡을 과거부터 줄곧 사용해왔다. 심지어 저작권료와 관련해서는 2003년부터 관련 협회에 비용을 꾸준히 제공했다. 이번 조치는 일부 원작자들의 저작 인격권 주장에 대해 팬들의 관람 즐거움을 지키기 위한 일환”이라고 밝혔다.

팬들만큼이나 현장에서도 아쉬움 섞인 얘기가 쏟아졌다. 두산 한재권 응원단장은 “팬 분들이 경기를 관람하는데 불편을 끼쳐 드렸다는 점이 크다. 지난해부터 구단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했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직구장에서 롯데전을 치른 KIA 김민식은 “솔직히 (등장곡을) 그냥 틀었으면 한다. 타석에 들어설 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한번 듣고 가자는 의미인데, 그게 사라져서 아쉽다”고 언급했다. 팀 동료 이명기 역시 “등장곡에 맞춰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시는 게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잠실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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