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윤덕여 감독이 말하는 여자월드컵 그리고 단일팀

입력 2018-05-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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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 스포츠동아DB

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윤덕여(57) 감독과의 만남은 한 달여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이뤄졌다. 3월 중순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출사표를 들었고, 그리고 모든 여정을 마치고 휴식을 보내던 윤 감독을 2일 서울 광화문에서 다시 만났다.

큰 시간차는 아니었지만 윤 감독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근심 가득하던 얼굴이 옅은 미소로 바꿨다. 까닭은 하나였다. 애타게 염원하던 2019프랑스여자월드컵 본선 진출을 성사시킨 덕분이었다. 윤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달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5위에 올라 2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냈다.

윤 감독은 흐뭇한 표정으로 당시 장면을 떠올렸다.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응원 와주신 교민들과 벅찬 감격을 나눈 뒤 라커룸에서 소소한 축하파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모든 성과는 어려운 과정을 딛고 일어선 우리 딸들 덕분이다. 1년 동안 너무 고생을 했는데 좋은 결과를 함께 이뤄냈다. 코치진을 비롯한 전담 요리사, 심리 트레이너 등 스태프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윤 감독과 태극낭자들의 첫 인연은 2012년 12월이었다. 첫 만남은 어색함 그 자체였다. 현실을 잘 알지 못했을 뿐더러 친딸보다 어린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스승과 제자들이 처음 마음을 터놓은 시기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이었다. 윤 감독은 “북한과 준결승에서 접전 끝에 1-2로 졌다. 경기가 끝난 뒤 나 스스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더라. 그런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선수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내게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때부터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최근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으로 옮겨갔다. 윤 감독은 북한, 특히 북한축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니고 있다. 그는 선수 시절 1990년 10월 통일축구대회 참가를 위해 평양땅을 밟았다. 지난해 4월에는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선수단을 이끌고 다시 평양을 찾았다.

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윤 감독은 “1990년 대회를 마친 뒤 버스를 타고 판문점을 통과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번 회담이 바로 그곳에서 열리지 않았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축구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는 남북단일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제 단일팀 이야기가 더욱 구체적으로 논의될 텐데 여자축구는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입장도 있지만, 북한 역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팀이다. 쉽게 단일팀이 구성되리라 보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내년 6월 예정된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1년이다. 최근 WK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하며 새얼굴 발탁에 힘을 쏟고 있는 윤 감독은 “현재 WK리그 소속 인원이 200명 남짓이다. 여기서 국가대표를 대부분 뽑아야하는 상황인데 풀(Pool) 자체가 넓지 않으니 어려움이 많다. 갈수록 줄어드는 여자축구 선수층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기에 나와 선수들이 내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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