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문선민(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축구국가대표팀에 갓 승선한 새내기답지 않게 과감했다. 그리고 저돌적이었다.
사실 둘의 대표팀 승선 자체가 놀라운 소식이었다. 신태용(48) 감독은 “우리가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첫 상대로 만날 스웨덴을 겨냥했다”는 설명과 함께 최종엔트리(23명)를 염두에 둔 소집훈련명단 28명에 이승우와 문선민을 포함시켰다. 명단 발표 직전 베테랑 염기훈(35·수원 삼성)이 갈비뼈 부상을 당했고, 한 시절을 풍미한 오른쪽 날개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의 부족한 실전감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 감독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그 선택은 일단 적중했다. 머나먼 비행 여파로 온두라스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성과를 애써 폄훼할 이유는 없다. 선발로 나선 이승우와 후반 11분 이청용 대신 나선 문선민은 좌우 측면을 지배하며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온두라스의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한국 이승우가 온두라스 수비수를 제치며 돌파하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강한 압박으로 볼을 가로채는 횟수도 상당히 많았고, 풀고 조이기를 반복하며 대표팀의 리듬과 템포를 끌어올렸다. 경기 중에는 최전방 투 톱으로 나선 손흥민(26·토트넘)과 황희찬(22·잘츠부르크)이 라인을 내려서는 타이밍에 맞춰 번갈아 전진해 온두라스 수비라인을 허물었다.
신 감독은 흡족한 표정이었다. “(이승우는) 내 의중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센스가 좋고 악착같은 플레이를 했다. (문선민은) 투입 초반은 다소 긴장했으나 점차 안정을 찾았고, 골 이후부터 원하는 경기를 했다”고 호평했다.
28일 오후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평가전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후반 한국 대표팀 문선민(오른쪽)이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황희찬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그러나 아직 과제가 있다. 세밀함이다. 번뜩이는 재기로 문전까지의 움직임은 우수했지만 슛까지 이어가는 마무리는 2% 부족하다. 이승우와 문선민 모두 공격성향이 짙어 수비 동작도 둔탁하다. 볼을 빼앗는 장면 못지않게 허무하게 볼을 놓치는 모습도 나왔다. 쉬운 패스를 실패해 상대에 역습을 내주기도 했다. 다시 달려들면서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지만 본선에서 맞설 스웨덴~멕시코~독일은 온두라스처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위험지역에서의 컨트롤 미스와 실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매 경기 운명이 바뀌는 월드컵은 실수와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테일을 보강해야 한다. 이승우와 문선민이 최종엔트리(23명) 발탁과 진짜 월드컵 여정을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다.
대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