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번즈 교체 신중론’의 속사정

입력 2018-06-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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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번즈. 스포츠동아DB

무릇 위기가 닥치면 책임론이 등장하는 법이다. 외국인선수는 그 표적의 대상이 되기 쉽다. 상대적으로 비싼 몸값을 받는데다 교체가 비교적 적은 갈등 속에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를 예로 들자면 외국인투수 펠릭스 듀브론트와 브룩스 레일리는 큰 흠을 잡기가 어렵다. 그러나 야수인 앤디 번즈는 상황이 다르다. 번즈는 5일까지 롯데의 모든 타자들 중 타수가 5번째로 많다. 손아섭, 이대호, 전준우, 신본기 다음이다. 그럼에도 타율은 0.243에 그치고 있다. 169타수에서 41안타다. 볼넷은 10개 얻었는데 삼진은 51개를 당하고 있다. 출루율이 2할대에 불과하다. 5일 NC전에서도 롯데는 12-6 대승을 거뒀지만 번즈는 4타수 무안타였다.

그러나 바깥의 정서와 달리, 롯데 안에서는 아직까지 교체론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스카우트가 외국에 나가있긴 하다. 그러나 교체를 위한 목적이 아니다. 이 무렵에 통상적으로 출장 가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롯데가 번즈에 관해 신중론을 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번즈가 지난해에도 퇴출위기를 딛고 살아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외국인선수를 길게 기다려주는 편이다. 번즈는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2루타를 쳐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장타력이 살아나면 반전을 보여줄 여지는 남아있다.

또 하나는 번즈를 대체할 외국인 내야수를 뽑는 것이 쉽지 않은 대안부재론이다. 실제 외국인선수 수급시장에서 장타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외국인 내야수는 절대적으로 공급 부족이다. 롯데 안에서는 ‘바꿔봤자 매몰비용만 더 발생할 뿐, 번즈를 확실히 능가할 선수를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있다.

당장 번즈마저 빠지면 롯데의 내야진이 너무 헐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롯데가 반등을 못할수록 ‘번즈 책임론’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막연한 기다림이다. 그런 롯데의 기다림에 번즈가 응답할 시점은 언제가 될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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